1인당 年73개 먹는 국민 야식 …'40년전 히트작' 의존은 숙제
짜파게티·너구리·팔도비빔면
1980년대 들어 맛 다양화
1960년대 초 서울 남대문시장. 남루한 행색의 노동자들이 5원짜리 '꿀꿀이죽'을 사먹기 위해 장사진을 이뤘다. 꿀꿀이죽은 당시 미군부대에서 먹고 남은 잔반을 끓여 만든 가장 값싼 한 끼였다. 꿀꿀이죽에는 음식물과 함께 버려진 담배꽁초가 섞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삼양식품 창업자 고 전중윤 명예회장은 이 비참한 모습을 목격하고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본래 보험회사를 운영하던 그는 1950년대 말 일본에서 경영을 배우며 맛봤던 라면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이 유일한 식량난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일본 묘조식품으로부터 기계와 기술을 도입해 1963년 9월 15일 국내 최초로 라면을 탄생시켰다. 당시 라면 한 봉지 가격은 10원, 꿀꿀이죽을 제외하고는 가장 값싼 한 끼 식사였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맛있어서 즐기는 라면이지만, 출발은 사뭇 달랐다. 한국전쟁 이후 마땅한 경제적 자립 기반이 없고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라면은 국민의 배고픔을 달래주는 음식이었다. 삼양라면 관계자는 "당시 일본 라면의 중량은 85g이었지만 배고픔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삼양라면은 100g으로 출시했고, 가격도 최대한으로 낮춘 10원으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전후 배고픔을 해소하는 수단이었던 K라면은 1980년대 제1의 전성기를 맞는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를 찾으면서 이때부터 사람들이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것을 넘어 다양한 맛을 찾기 시작했다. 1982년 너구리와 육개장사발면, 1983년 안성탕면, 1984년 짜파게티와 팔도비빔면, 1986년 신라면, 1988년 진라면 등 지금도 인기를 끄는 장수 라면들이 대부분 이 시기에 출시됐다.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부상했지만 한국인들의 라면 사랑은 유별나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가별 연간 라면 소비량은 베트남이 87개로 1위이고 한국이 73개로 2위를 차지했다. 네팔이 55개로 3위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라면 제품 구매 경험이 있는 15~65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인들의 라면 취식 빈도는 주당 평균 1.7회로 집계됐다.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라면 4사 기준 농심이 55.7%로 시장점유율 1위이고 다음으로 오뚜기(23.4%), 삼양식품(11.3%), 팔도(9.6%) 순이다. 제품별로는 농심 신라면이 점유율 9.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농심 짜파게티(6.5%), 농심 안성탕면(4.8%), 오뚜기 진라면매운맛(4.4%), 농심 육개장사발면(4.4%)이 뒤를 이었다.
1963년 삼양식품이 출시한 국내 최초 라면인 삼양라면은 20년 넘게 독주 체제를 달렸다. 현재도 그 시대를 거친 중장년층에게 삼양라면은 '라면의 대표' 격으로 여겨진다. 독보적이던 삼양라면의 지위를 넘어선 것은 농심 안성탕면이다. 1983년 출시 후 4년 만인 1987년 시장점유율 1위의 왕좌를 넘겨받았다. 이후 1991년 농심 신라면이 출시 5년 만에 1위에 올랐고 32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라면은 지난해 말 기준 누적 369억봉지가 팔렸다. 판매액은 16조3000억원에 달한다.
[최재원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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