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자교 막아라…"이게 문제" 전문가는 보자마자 콕 집었다

최지은 기자, 김지은 기자 2023. 4. 1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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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시가 행주대교 교량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선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보자마자 바로 "이게 문제네"…전문가 눈엔 보인다
김윤원 안전진단 전문가와 관악구청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관악구 신림교를 점검하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저 부분을 보면 물이 샌 흔적이 있어요. 교량 상판 방수층이 깨지면 이런 징후가 나올 수 있습니다."

건설안전진단 회사 대표인 김윤원 안전진단 전문가는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신림교 아래 한쪽 벽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관악구청은 이날 외부 전문가와 함께 신림교-서원보도교-신림4~5도교-도림보도교 등 4곳에 대한 육안 점검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물이 새는 아랫쪽만 보수할 게 아니라 위에서 물이 스며드는 걸 막아줘야 한다"며 "물이나 겨울철 뿌린 염화칼슘이 교량 속 철근을 부식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명의 관악구청 공무원들은 체크리스트를 들고 김 대표의 말을 사진과 글로 기록하며 경청했다.

김 대표는 교대, 교각, 조인트 등 교량을 구성하고 있는 부분을 둘러보며 관악구청 공무원들에게 교량 상태를 설명했다. 이날 신림교 육안 점검에서 조인트에 1㎝ 크기의 틈새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김 대표는 "조인트에 틈새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공간이 없어 터질 위험이 있다"며 "터진다고 교량이 무너지진 않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2일 서울시가 행주대교 교량 내부에 들어가 긴급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벽에는 부식된 볼트를 안전하게 교체했다는 내용이 분필로 적혀있다. /사진=김지은 기자


서울시 역시 12일 서울 강서구에서 고양시 덕양구로 이어진 행주대교에 대한 특별 긴급 점검에 나섰다. 서울시 교량 안전과, 국토연구관리원, 외부 전문위원 등 20여명의 관계자가 모여 주요 점검 사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시 교량 안전과 특수교량팀 나용수 주무관은 "이번 정자교 사고 이후 중점으로 봐야 할 사안은 보도교와 차량 쪽에서 만나는 연속구쪽에 종방향 균열이 있다거나 하부 쪽 누수나 백태, 철근 노출이 있는지 등"이라며 "그런 부분은 눈에 띌 수 있으니까 그런 점을 면밀하게 봐달라"고 당부했다.

20여명이 총 7팀으로 나뉘어서 상류교, 하류교쪽 구역을 맡아 각각 1시간 30분씩 안전점검에 나섰다. 외부에 설치된 사다리를 이용해 교량 내부로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공간이 펼쳐졌다. 조명을 비추자 벽면에 '볼트 부식 3ea' '볼트 재도장 양호' 등 알 수 없는 문구들이 하얀색 분필로 적혀 있었다.

나 주무관은 "이전 정기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들을 벽면에 표시한 것"이라며 "볼트가 부식돼서 교체했는데 다시 점검해보니 상태가 양호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교량 안전 관계자들은 벽면에 표시된 특이사항 외에도 천장에 미세한 균열은 없는지, 신축 이음 사이에 누수 오염된 곳은 없는지, 배수관 위치가 불량하지 않은지 등을 확인했다.

12일 서울시가 행주대교 긴급 안전점검을 나설 때 둘러본 주요 점검 리스트들. /사진=김지은 기자


서울시와 관악구청은 점검한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 국토교통부가 관리하는 시설물 통합정보시스템(FMS)에 등록할 예정이다. 보수가 시급한 것들은 어떻게 수리를 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도 포함해 올린다. 현장에서 이용하는 점검 사항 표에는 교면 포장을 비롯해 배수시설, 바닥 판, 신축이음 교대 등 누수와 오염, 부식, 변형이 없는지 체크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을 경우 2년 이내에 시설물 보수·보강 등 조치에 나서야 하고 3년 이내에 이를 완료해야 한다.
육안 점검은 정밀 검사 '기초'…책임기술자 자격은 상향해야
(성남=뉴스1) 구윤성 기자 = 경찰 과학수사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현장에서 합동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3.4.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전 점검은 정기안전점검과 수시안전점검으로 나뉜다. 정기안전점검은 안전관리 전문가가 6개월에 한 번씩 1년에 총 2번 진행한다. 수시안전점검은 정기안전점검 외에 상시로 이뤄지는 점검이다. 두 점검 모두 육안 점검이 먼저 이뤄지고 이후 책임기술자의 판단에 따라 정밀 검사 시행 여부가 결정된다.

작년과 올해 서울시 영등포구와 신도림역을 잇는 도림 보도 육교와 정자교 등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맨눈으로 보는 안전 점검은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안전진단 전문가들은 육안 점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육안 점검이라면 꼼꼼히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있는데 건설안전진단 분야에 오래 근무한 전문가들은 균열이나 기울기가 어떤 방향인지, 누수가 있는지 없는지 등을 보면 구조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바로 안다"며 "육안 점검에서 문제를 발견해야 정밀안전진단도 이뤄질 수 있어 육안 점검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병원에 간다고 의사가 바로 CT를 찍어보자고 하지 않는다. 청진기를 대보고 환자 상태를 살핀 후에 더 깊은 검사가 필요한지 판단한다"며 "건설안전진단도 마찬가지다. 현장에 와서 보면 전문가들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대부분 안다. 문제를 누락하지 않도록 꼼꼼한 점검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육안점검을 제대로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책임기술자 자격 요건이 상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단 교수는 "육안 점검을 하는 사람들의 역량에 따라 문제가 발견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자격 요건을 상향해 점검의 질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육안 점검 후 보수가 이뤄지기까지 최소 1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급히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건설안전진단 업계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민간 건물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보수를 하면 되지만 공공의 경우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예산 확보, 계약 등으로 실제 개선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 당장 무너질 것 같이 긴급한 경우에는 바로 보수하는 경우도 있지만 입찰 공고나 시공 등으로 공공 시설물 보수는 7~8개월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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