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물거품' 英ARM 손정의, 나스닥 직상장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사진)이 연내 자회사인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나스닥 직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손 회장이 이틀 전 뉴욕거래소와 ARM 나스닥 상장에 잠정 합의한 데 이어 이번주 계약에 공식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나스닥 측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등 기업공개(IPO) 절차에 공식적으로 착수해 이르면 올가을 IPO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660억달러에 매각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후 ARM 향방을 놓고 추측이 무성했지만 결국 나스닥 단독 상장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최근 다른 투자 활동에서 물러나 ARM 상장에 집중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프트뱅크와 ARM 측은 해당 보도에 구체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FT에 따르면 시장에서 ARM 기업가치는 300억달러(약 39조6600억원)에서 700억달러(약 92조5400억원)로 평가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ARM은 이번 IPO로 최소 80억달러(약 10조원)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는 다음달 실적 발표에서 2년 연속 손실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소프트뱅크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미즈호금융 등과 IPO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명단에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이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를 둔 ARM은 PC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정보기술(IT) 기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소프트뱅크가 2016년 320억달러(약 41조6000억원)에 인수했으며, 당시 영국 당국에 본사를 타국으로 이전하지 않고 현지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ARM은 미국·영국 증시에 동시 상장할지를 놓고 몇 달간 금융감독청(FCA)을 비롯한 영국 정부와 협상해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영국 증시 상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손 회장은 뉴욕 증시 직상장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영국 측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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