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마지막 금리인상' 놓고 팽팽
비둘기파, 은행위기 여진 주목
굴즈비 "추가인상 신중해야"
매파 "인플레 2%목표 유효"
옐런 "은행 자본력 탄탄"
세계 경제 비관론에 반박
다음달 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사이클의 마지막 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연준 내 의견이 다시 매파와 비둘기파로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 전망을 두고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차기 연준 부의장으로 거론된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공개된 시카고경제클럽 연설문에서 "신용 조건 변화에 따른 경제적 영향을 신중하고 인내심 있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미국 두 은행의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 변수를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굴즈비 총재는 인플레이션과 고용 호조가 올해 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나타난 연쇄 반응과 그에 뒤따른 금융시장 긴축이 연준 목표인 '물가 억제'에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은 보다 적은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사실상 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3주 앞둔 시점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가진 연준 위원 입에서 금리 동결 주장이 나온 것이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같은 날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확인하려면 최대 18개월이 필요하다"면서 "추가 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하려면 데이터를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놓았다.
이 같은 비둘기적 발언에 대해 연준 내 매파 위원들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이날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목표치(2%)보다 매우 높다"며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 후 동결이라는 연준 관리들의 지난달 전망이 합리적 논의의 시작점"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의 낮은 실업률(3.5%)을 비롯한 견고한 노동시장과 진정 국면을 보이는 SVB발 위기가 다음달 초 '베이비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SVB를 무너뜨린 위험이 은행권 전반에서 누적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내린다는 목표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준 위원 간 이견이 표면화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달 마지막 금리를 인상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5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은 12일 오후 기준 71.8%로 금리 동결 가능성인 28.2%를 압도했다.
올해 미국 경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개월마다 내놓는 '세계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은행권 불안에 따른 대출 감소로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0.44%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별도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으로 고금리가 지속되고 금융 리스크를 증폭할 경우 세계 경제는 '경착륙'을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국 은행 시스템은 강한 자본력과 유동성 포지션으로 탄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신용 위축을 시사하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 경제는 계속된 견조한 고용 창출과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둔화, 탄탄한 소비지출로 이례적으로 잘하고 있다"며 "따라서 비록 경제 침체가 위험으로 남아 있더라도 침체를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계 경제에 대해서도 "부정론을 과장하고 싶지 않다. 전망이 꽤 밝다고 본다"며 위기론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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