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먹을래?” 일상 속 파고든 마약…성범죄 악용까지[어쩌다 마약]
해외에서 대마 입문…국내에서 투약 이어가
마약성 진통제 등 약물도 중독 위험
마약 성범죄 피해자에서 마약 판매자로
치킨값된 마약 “사망할 수도”
[헤럴드경제=박혜원‧박지영 기자] 서울 성북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장모(32) 씨는 최근 자신도 모르게 대마를 섭취했다. 지인이 건넨 초콜릿에 대마 성분이 들어 있었던 것. 장씨는 “아는 선배가 술자리에서 초콜릿을 주길래 무심코 받아먹었는데 ‘대마초콜릿’이었다”며 “소량이라 엄청 큰 효과가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평소 술 취한 느낌과 달랐다”고 털어놨다.
마약이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대마는 평범한 직장인의 술자리까지 파고들었다. 해외여행이나 유학 중 마약을 접한 뒤 중독돼 국내에서도 투약행위를 이어가는 이도 많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치료하기 위해 먹었던 정신과 약이 입문이나 재발 계기가 되는 일도 증가 추세다. 마약 성범죄 피해자가 마약상이 되기도 한다.
▶장난처럼 건네는대마=대마는 가장 흔하게 접하는 마약이다. 장씨처럼 지인이 몰래 먹이기도 하지만 주로 해외여행이나 유학에서 접하게 된다. 김모(29) 씨는 4년 전 스페인 여행 중 숙소에 함께 머물던 외국인으로부터 대마초 권유를 받았다. 여느 담배와 다르지 않은 모양이기에 받아서 피우려던 순간, 심상치 않은 냄새에 김씨는 대마초임을 알아챘다. 김씨는 “술을 마신 상태였다던가, 정신이 흐릿했다면 나도 모르게 마약을 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7월 태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최모(30) 씨는 “태국에 ‘카나비스(Cannabis)’라고 적힌 대마숍이 많았다”며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싶어 대마초는 물론 대마쿠키 등 관련상품도 피해 다녔다. 하지만 매우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었고 나도 모르게 오용할 수 있어 보였다”고 떠올렸다. ‘카나비스’는 ‘대마’를 뜻한다.
유학시절 대마를 접했다가 끊지 못한 사례는 수사기관에서도 다수 적발되고 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가 재판에 넘긴 마약사범 17명 중엔 재벌가 자제가 다수 이름을 올렸다. 검찰은 이들이 대부분 해외 유학시절 만나 대마를 접한 뒤 국내에 들어온 뒤에도 그들만의 공급처를 만들어 상습적으로 유통‧흡연해왔다고 봤다.
▶치료용 약물도 위험=치료용 약물에 중독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모르핀, 펜타닐과 같은 마약성 진통제부터 항불안제(자낙스), 불면증 치료제(졸피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메틸페니데이트) 등에 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 들어 있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약성 진통제의 일환인 ‘펜타닐’은 최근 처방이 급증했다. 2018년 89만1434건에서 2021년 148만8325건으로, 3년 만에 66.95% 증가했다. 김현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팀장은 “펜타닐 처방량이 계속 늘어나고 사용 연령대가 낮아지는 문제를 보인다”며 “유희 목적으로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이런 것들을 ‘마약류’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치료용 약물은 마약중독자들에게 ‘대체 마약’으로 오용되기도 한다. 필로폰 중독자였던 박모(37) 씨는 “필로폰 때문에 환청, 환각이 심해 공황장애나 불안증을 호소하며 약물을 처방받았다”며 “처음에는 증상 완화를 위해서 먹었지만 나중에는 기분이 좋아지는 ‘필’을 느끼기 위해 마약 대신 복용했다”고 털어놨다.
▶성범죄 악용…평생의 굴레=성범죄 피해자가 마약 강제 투약으로 중독의 굴레에 빠지기도 한다. 필로폰, 엑스터시 등 각성 작용을 하는 마약이 주로 이에 악용된다. 피해자는 성범죄 피해에 더해 마약중독으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20대 여성 A씨는 5년 전 연인이던 남성에 의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필로폰을 투약하기 시작했다. 강제 투약이 수차례 반복된 끝에 A씨는 결국 중독 상태가 됐다. 남성을 따라 수년간 마약 판매까지 가담하다 결국 성매매 강요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사건을 맡았던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변호사는 “강제 투약으로 시작해 결국은 공범이 돼버리고 만 사건”이라며 “마약 중에서도 필로폰이 성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통해 살펴본 마약 관련 사건 판결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B씨는 지난 2018년 헤어진 연인을 만나 칼을 집어던져 위협한 후 물에 희석한 필로폰을 강제로 주사한 뒤 성폭행을 저지른 등의 혐의로 징역 11년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텔레그램을 통해 엑스터시를 구입한 C씨는 1정을 쪼개 일부를 삼키고 헤어진 전 연인(피해자)을 찾아가 나머지를 억지로 먹인 뒤 성추행을 저질렀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술집이나 클럽, 데이팅앱 등에서 경각심 없이 필로폰 등의 마약을 접한 이후 심한 경우에는 평생에 걸쳐 끊지 못하고 굴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싼값에 유통되는 불량마약…“사망할 수도”=‘감당할 수준’의 가격도 마약 접근성을 높이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8년간 필로폰을 투약하다 적발돼 재판을 앞두고 있는 박모(36) 씨는 “0.01g이 7만원 가격으로 판다. 하지만 대량인 1g을 사게 되면 300만원”이라고 말했다.
전 연인에게 엑스터시를 강제 투약한 C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1정당 16만원의 가격에 엑스터시를 구매했다. C씨가 엑스터시를 3분의 1 크기로 쪼개 삼켰던 것을 고려하면 이 역시 필로폰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다. 이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는 마약은 소위 ‘불량 마약’인 경우다. 불법 제조 과정에서 어떤 불순물이 섞여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대마든, 필로폰이든 한 번 마약을 접하면 거기서 멈추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무조건 다른 약물로 옮겨가며 중독에 이르게 된다”며 “정제되지 않은 성분이 들어간 불량 마약도 실제로 많이 유통되는데 이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신체에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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