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초석 다진 '혁신 중독자'…"주성, 30년 비결은 절박함"
황철주 회장 인터뷰
"사방에 敵뿐이었다"
반도체 장비 특허만 3000건
상당수는 황 회장이 직접 개발
디스플레이·태양광으로 다각화
"유연함 갖춰야 위기에 강해져"
작년 최대실적…영업이익률 28%
“지난 30년간 사방이 적(敵)뿐이었습니다. 꽉 막힌 벽을 돌파할 유일한 수단은 기술이었습니다. 죽지 않기 위해선 끊임없이 혁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국내 대표 반도체 장비 기업 주성엔지니어링이 13일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창사 기념일에 앞서 지난 11일 주성엔지니어링 경기 용인R&D센터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30년의 세월이 쏜살같이 지나갔다”며 “여전히 주성은 갈 길이 멀다”고 잘라 말했다.
황 회장은 한국 반도체 장비업계의 초석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 30년 동안 주성은 특허 건수 3000개 이상을 보유한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회사로 성장했다. 특허 상당수는 황 회장이 직접 개발했다. 그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듯 덤벼들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라며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용인R&D센터 3층에 황 회장이 집무실 겸 회의실로 쓰는 공간에는 대형 세계지도가 걸려 있다. 프랑크푸르트, 뉴욕, 베이징, 시카고 현지시간을 알리는 시계는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사방에 적이 있었기에 혁신할 수 있었다”는 그의 말처럼 집무 공간의 배치가 끊임없이 긴장감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개척해야 할 목표도 한눈에 보여줬다.
황 회장은 “한국은 천연자원이 없고 미국, 중국처럼 국력이 세지도 않은 데다 일본처럼 소부장(소재·부품·장비)산업도 강하지 않다”며 “살아남기 위해선 더 빨리 움직이고 더 많이 변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인식은 R&D센터 내부 벽면 곳곳에 새겨진 황 회장의 비장한 어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쟁에서 지면 노예가 되고, 경쟁에서 지면 거지가 된다’ ‘혁신은 1% 사소함의 누적이고, 신뢰는 99% 협력의 결과이다’ ‘변화하는 만큼 성장하고 차별화된 만큼 성공한다’ 같은 문구를 매일 접하다 보면 긴장감이 절로 몸에 배지 않을 수 없을 듯했다.
‘혁신 중독자’로도 불리는 황 회장은 “주력인 반도체 관련 장비는 언제든 반도체 업황이 변화할 수 있기에 반도체 기술을 다른 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했다. 주성이 제조한 디스플레이 플라스마 화학 증착 장비는 국내 주요 고객을 비롯해 대만 등 해외 유수 업체에 공급됐다. 태양광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반도체가 막히면 디스플레이로, 디스플레이가 막히면 태양광으로, 태양광이 막히면 다시 반도체로 위기를 뚫었다. 그는 “세 가지 사업은 전기와 빛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 언제든 융복합이 가능하다”며 “주성은 사업적인 유연을 갖추고 있어 위기에 강하다”고 자부했다.
이 같은 변화와 혁신을 향한 노력은 적지 않은 결실을 봤다. 반도체 업황 하락에도 주성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6.1% 증가한 4379억원, 영업이익은 20.7% 늘어난 123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28%에 달했다.
주성이 명실상부한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기까지 황 회장은 ‘개척자’의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황 회장은 동양공고, 인하공전(전자공학과), 인하대(전자공학과)를 거치며 전자 회로 설계 지식을 쌓았다. 1985년 현대전자에 입사한 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으로 자리를 옮겼다. ASM이 1993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자 주성을 창업했다.
1995년 반도체 D램 제조의 핵심인 ‘커패시터’ 전용 증착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곧이어 내수 시장의 95%를 장악하는 ‘신화’를 썼다. 세계 최초로 반도체 원자층증착(ALD) 장비도 개발했다.
황 회장은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1등이지만 여전히 소부장 경쟁력은 취약하다”며 “소부장을 육성하지 않으면 반도체 강국 지위도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라고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용인=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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