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 5대銀, 내부횡령·범죄 대응은 낙제
국민은행이 97건으로 최다
은행 돈 사적으로 빌려주는
'금융질서문란' 금융사고 3배
고발·면직 중징계 비율 63%
시중은행에서 잇달아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사내 윤리강령 위반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액 횡령부터 고객과의 사적 금융거래, 금품 수수뿐만 아니라 직장 내 폭언과 폭행, 성범죄까지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가장 기본인 내부통제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 임직원의 사내 윤리강령 위반 징계가 총 331건으로 집계됐다. 작년에는 64건으로 2021년(70건), 2020년(69건)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거의 매주 1건씩 금융사고가 발생해 징계가 내려졌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2018~2022년 국민은행이 97건으로 최다 징계 건수를 기록했고 우리은행(71건), 하나은행(70건), 농협은행(59건), 신한은행(34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사내 윤리강령 위반은 크게 횡령, 배임처럼 고객과 회사에 금전적 손해를 끼치는 '금전사고', 금전적 손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고객과의 사적 금융거래(사적금전대차)·알선수재 등 '금융질서 문란 행위'로 나뉜다.
지난해 5대 은행에서 발생한 금전사고에 따른 징계는 11건으로 2020·2021년(17건)에 비해 줄었지만, 금액이 10억원 미만인 것부터 100억원이 넘는 횡령·배임 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해당 직원이 형사고발·면직의 중징계를 받았다. 우리은행에서는 본점 직원이 작년 4월 문서 위조 등을 통해 700억원대 금액을 횡령했고, 국민은행의 경우 작년 12월 지방 지점에서 부동산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업무상 배임 등으로 120억원 상당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하나·신한은행도 작년에 횡령과 배임사고로 각각 4건, 3건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지난 5년간 5대 은행은 금전사고 중 고객의 돈을 빼돌리는 횡령사고에 가장 많은 74건의 징계 조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금융질서 문란 행위에 따른 징계는 38건으로 금전사고보다 3배 이상 많으며, 그 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5년간 징계가 내려진 금융질서 문란 행위 유형을 보면 사적금전대차(72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은행들은 금융사고에 대해 엄격한 조처를 취하고 있지만 임원은 예외다. 5대 은행이 사내 윤리강령을 위반한 직원에게 내린 징계 중 정직 이상의 중징계 비율은 63%(209건)에 달했지만, 그 위 책임자인 임원의 징계는 가장 낮은 '견책' 1건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에서는 이처럼 은행권의 윤리강령 위반으로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자 내부통제 제도에 대한 개선 대책을 다방면으로 준비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책은 라임 사태, 우리은행 횡령과 같은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표이사나 금융지주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실무진을 내부통제 책임자로 설정하면 고위 임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아 금융사들이 내부통제를 강화할 유인이 작다고 평가된다.
[임영신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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