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현대건설기계에 “중장비 판매 중단” 요청···이유는?

강한들 기자 2023. 4. 1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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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에 따르면 7회에 걸친 아마존 조사에서 그린피스에 포착된 굴착기는 총 176대였다. 이중 75대(약 42.6%)가 현대건설기계의 제품이였다. 그린피스 제공

“우리에게 강은 피, 숲은 살, 땅은 뼈다. (한국의)현대건설기계의 중장비가 우리 땅에 들어와서 우리를 죽이고 있다”

브라질 아마존 원주민 카야포족 지도자 도토 타칵 이레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브라질 아마존 원주민 보호구역 내 채굴 현장에서 지난 3년간 포착된 굴착기 중 43%가 HD현대건설기계의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현대건설기계에 ‘아마존 불법 금 채굴에 활용되는 중장비를 더 이상 판매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그린피스는 지난 3년간 브라질 원주민 보호구역 야노마미, 문두루쿠, 카야포 지역의 ‘가림포’를 조사했다. 가림포는 브라질에서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금 채굴을 말한다.

도토 타칵 이레 아마존 카야포 원주민 지도자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현대 중장비 아마존 파괴 동원 중단 촉구 기자회견 중 장다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전문위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그린피스 보고서를 보면 지난 3년간 이 지역에서 포착된 굴착기는 총 176대였다. 이중 75대(42.6%)가 현대건설기계 제품이었다. 지난 3월 카야포 지역을 2시간 남짓 항공 조사했을 때는 88대 중 34대(38.6%)가 현대건설기계 장비였다.

그린피스는 현대건설기계가 가림포 유지의 조력자라고 주장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조사 지역 3곳 인근에는 도시 개발 현장이 없음에도 현대건설기계의 공식 재판매 업체인 BMG의 대리점이 있다. BMG의 대표인 로베르토 가츠다는 2019년 지역의회 공청회에서 “2013년~2019년 동안 불법 금 채굴의 중심 도시인 이타이투바에서만 현대 굴착기 600대를 채굴업자들에게 팔았다”고 말한 바 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2021년 7월 현대건설기계 브라질 공장의 누적 굴착기 생산 대수가 1000대였고, 최소 600대가 불법 금 채굴의 중심 도시에서 팔린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4월 비행 조사에서 찍힌 야노마니 원주민 토지 내 불법 채굴 구역 모습. 그린피스 제공

불법 채굴로 원주민들은 병들고 있다. 지난 1월 말, 브라질 정부는 야노마미에 ‘의료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4년간 원주민 어린이 569명이 영양실조로 세상을 떠난 탓이다. 불법 채굴이 열대우림, 하천을 파괴해 원주민이 식량을 구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외지인이 출입하며 원주민에 말라리아가 퍼지는 것도 문제다. 금 채굴 과정에서 사용되는 수은이 하천으로 유출되며 유산하는 여성도 늘었다. 2020년 문두루쿠족 200명 중 약 60%의 체내 수은 농도는 권고치 이상이었다.

현대건설기계의 모기업인 HD현대(현대중공업)는 2021년 12월 유엔 글로벌콤팩트에 가입했다. 유엔 글로벌콤팩트 가입사는 인권 침해에 연루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고, 환경 문제에 대한 예방적 접근을 지지하는 등 원칙을 지켜야 한다. 장 전문위원은 “불법채굴은 유엔 원주민 권리 선언 등 다수 국제조약에 직접적으로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현대건설기계에 “원주민 보호구역, 보전 가치가 높은 생태계 구역에서 파괴적인 활동에 연루된 개인, 조직에 중장비 판매와 금융 지원 등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HD현대건설기계 측은 “현지 딜러가 장비를 판매할 때 윤리적 사용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판매 이후 소유자가 사용하는 단계에서까지 제지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비윤리적인 구매나 사용에 대한 정책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딜러 계약 해지까지 고려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불법 채굴 현장에서 브라질 환경부의 단속에 적발된 현대 중장비가 불타고 있다. 브라질 환경부 제공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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