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음주시동잠금장치
"음주시동잠금장치는 음주운전 관련 비극을 끝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유럽교통안전위원회(ETSC)가 최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는 벨기에의 알코올 재활 프로그램 참가자 두 사람이 등장한다. 음주를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던 이들은 자동차에 음주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한 이후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일정 기준치 이하일 때만 시동이 걸리도록 하는 이 장치 덕분에 술을 줄이고, 자동차로 생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음주시동잠금장치는 1970년 미국 도로교통안전청 공모를 통해 개발됐고, 캘리포니아주가 1986년 최초로 도입한 이후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은 나라나 주별로 다르지만, 상습 음주운전자 차량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내에서도 이 기기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2021년 2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은 16만2102건으로 전체 음주운전 적발 건수(36만4203건)의 44%를 차지한다. 처벌 못지않게 예방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이 장치 설치 이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81%,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89%, 스웨덴에서는 95% 음주운전 재범이 줄었다고 한다. 기기 설치만으로도 잘못된 음주 습관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가 2021년 음주운전 유죄 판결을 받은 운전자의 차량에 음주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95%가 찬성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권익위는 경찰청에 기기 도입을 권고했고,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여러 건 계류돼 있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11일에는 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배승아 양의 장례식이 있었다. 또 다른 승아를 막을 방법을 찾는 것은 남겨진 자들의 숙제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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