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대형산불] "태풍 루사 때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불탄 고택 문화재 안주인의 탄식

황유민 2023. 4. 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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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태풍 '루사' 때도 경포호가 넘치면서 물이 집안까지 차 올랐지만, 이렇게 피해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서까래와 창방, 기둥 등 고택의 골격이 모두 불타고, 집 안에 보관하던 귀한 서화 액자도 하나도 남김 없이 타버렸네요." 사정 없이 몰아치던 강풍이 물러가면서 하늘을 가렸던 검은 연기가 걷히고 산불 피해지가 맨 얼굴을 드러낸 12일 아침, 방해정(放海亭·강원도 유형문화재 제50호)을 찾은 안주인 박연수(87) 씨는 고택의 처참한 피해상에 할 말을 잃었다.

방해정은 지난 2002년 사상 최악의 태풍 루사가 강릉을 덮쳤을 때도 서까래 등이 무너져 내리고, 집 전체가 주저앉는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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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허 스님과 김진백 씨의 친필 서화 액자 등 모두 소실
▲ 산불피해를 입은 강릉 경포 방해정(강원도 유형문화재 제50호) 안주인 박연수 씨가 불에 탄 안방의 병풍과 액자 등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2002년 태풍 ‘루사’ 때도 경포호가 넘치면서 물이 집안까지 차 올랐지만, 이렇게 피해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서까래와 창방, 기둥 등 고택의 골격이 모두 불타고, 집 안에 보관하던 귀한 서화 액자도 하나도 남김 없이 타버렸네요.”

사정 없이 몰아치던 강풍이 물러가면서 하늘을 가렸던 검은 연기가 걷히고 산불 피해지가 맨 얼굴을 드러낸 12일 아침, 방해정(放海亭·강원도 유형문화재 제50호)을 찾은 안주인 박연수(87) 씨는 고택의 처참한 피해상에 할 말을 잃었다.

방해정은 1859년(철종 10년)에 통천군수를 지낸 이봉구(李鳳九)가 강릉 객사의 일부 부재를 활용해 지은 정면 4칸, 측면 3칸의 ‘ㄱ’자형 팔작 홑처마 지붕 고택이다. 남향 누마루에 걸터 앉으면 경포호와 홍장암이 한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조망터에 자리잡고 있어 경포호 누정의 백미로 통한다.

경포 일대를 덮친 이번 산불로 방해정은 고택의 상당 부분이 소실 피해를 입었다. 지난 11일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때 김기영 강릉시의회 의장과 배용주 부의장 등이 방해정으로 불이 옮겨 붙는 것을 목격, 길가의 소화전 호스를 이용해 진화에 나섰지만, 완전히 소실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 산불피해를 입은 강릉 경포 방해정(강원도 유형문화재 제50호) 안주인 박연수 씨가 불에 탄 안방의 병풍과 액자 등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방해정은 지난 2002년 사상 최악의 태풍 루사가 강릉을 덮쳤을 때도 서까래 등이 무너져 내리고, 집 전체가 주저앉는 피해를 입었다. 안주인 박 씨는 “루사 때는 물이 빠진 뒤 부재를 다시 살려 보수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집을 구성하는 옛 부재의 상당 부분이 불에 타 어떻게 해야 할 지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박 씨는 “뒷산에서 시뻘건 불똥이 폭포수가 쏟아지듯 날아드는데 무슨 수로 고택을 지킬 수 있었겠냐”고 탄식했다. 고택의 방안도 불길이 휩쓸면서 탄허 스님과 근대 강릉의 원로였던 김진백 씨의 친필 서화 액자 등이 모두 소실된 것도 아픔을 더했다.

경포 일대는 문화재급 누정과 고택이 즐비한 곳이어서 산불이 번질 때 문화재 보호 사투가 벌어졌다. 결국 방해정이 반소되고, 상영정(비지정문화재), 사찰 인월사 등이 소실 피해를 입었지만, 보물 경포대와 조선 사대부가의 전형인 선교장(중요민속자료 제5호)을 지킨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강원도와 강릉시, 문화재청 직원들은 초속 30m 강풍속에서 불길이 경포대로 향하자 경포대에 걸려있던 현판 7개를 떼어 인근 오죽헌박물관으로 급히 옮기고, 소화전과 등짐 펌프, 산불진화차량을 이용해 경포대 주변에 계속 물을 뿌리는 사투를 벌였다. 황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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