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자금조달 부담에 …"수주 쉽니다"
2월 재건축 수주 32% 급감
공공·민간택지 수주액도 뚝
"3년후 공급부족 부작용 우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남성맨션)는 지난 7일 재건축을 위한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으나 또 무응찰로 마감됐다. 이미 5번째 진행된 입찰이었다. 1년여 전 열린 1차 설명회 당시에만 해도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롯데건설, DL건설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이후 5차례 동안 입찰에 응한 것은 롯데건설(3차 입찰) 한 곳뿐이었다. 단독응찰로 유찰돼 다시 시공사 찾기에 나섰으나 롯데건설마저도 발을 뺀 것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입지가 우수한 단지로 오랫동안 검토했으나, 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공사비 부담이 커져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수주를 기피하고 있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공사비 증가 등 악재가 겹치며 수주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대한건설협회의 '2023년 2월 월간건설경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업체들의 국내건설수주액은 13조449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6517억원(4.6%) 감소한 수치다.
특히 주거용 건축(주택) 수주액이 크게 줄었다. 재건축, 재개발, 신규주택 사업 등을 포괄하는 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3조6604억원으로, 전년 동월(5조709억원) 대비 27.8%(1조4105억원) 줄었다. 이는 2019년 2월(2조6626억원) 이후 48개월 만에 최저치다. 수주 건수로 치면 172건으로 1년 전(256건)에 비해 32.9%(84건) 줄어들었다. 민간 부문만 놓고 보면 지난해 2월 188건에서 올해 2월 123건으로 34.6%(65건) 감소했다.
세부공종별로 보면 재건축 수주액(2685억원)은 1년 만에 30% 이상 줄어들었다. 재개발 수주액은 지난해 2월 9830억원에서 올해 2월 1조9008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으나, 이는 올해 전국 재개발 사업 최대어로 꼽힌 광주 광천동 재개발사업(1조7660억원) 단일 수주건의 영향이라 전체적인 상승세라고 보긴 어렵다.
건설업계는 정비사업 수주 회피의 첫 번째 이유로 공사비 부담 증가를 꼽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0.9로 전년 동월(142.4)에 비해 6.0% 올랐다. 시멘트 가격은 연간 27.5%, 래미콘은 22.5% 급등했다. 박철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가 많이 오르다보니 조합과의 분쟁 소지도 많아 건설사들이 약간 관망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부동산경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굳이 수주에 열을 올리지 않는 것이다.
신규주택 사업은 수주액 감소폭이 훨씬 크다. 1조491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조5276억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신규주택 사업은 공공택지나 민간 개발 택지 등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택지만 보더라도 최근 주인(건설사)을 못 찾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최근 6개월(지난해 9월~올해 2월)간 공급된 전국 공공택지 40필지 중 절반에 가까운 17필지는 건설사를 찾지 못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 2~3년 뒤 주택공급 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며 "특히 대기 수요가 넘치는 서울에서는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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