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칼럼] 혁신의 적 '기득권' 퇴치법
정치권·정부가 조율못하면
선진국 도약도 실패한다
결국 대통령이 나서야
이제 26세인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가 원격진료 사업을 꿈꾼 것은 고등학생 시절 장애인 자원봉사를 하면서였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원격진료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원격진료 규제가 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편하고,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다면 규제는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실제 창업에 나섰다. 창업하기 위해 잘 다니던 한양대 의대도 휴학했다. 지난 코로나19 시기 3년 동안 일시적 규제 완화에 힘입어 닥터나우의 원격진료 서비스 이용은 3700만건에 달한다. 오진은 하나도 없었다. 의사나 약사들은 자발적으로 플랫폼 안으로 들어왔다.
코로나19로 규제 완화 혜택을 본 것도 잠시. 이제 코로나19 비상사태가 풀리는 5월이면 원격진료 자체가 어려워진다. 정부는 비상사태가 풀려도 재진과 산간벽지 같은 곳은 일부 초진에 한해 허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제한을 두는 것은 의사나 약사 단체가 반대한 탓이다. 초진 환자의 이용을 허가하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할 판이다. 전체 원격진료 이용자 중 90% 이상이 초진 환자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환자들의 불편이다. 실제로 비대면 진료 이용자 중 "만족한다"는 답변은 90% 이상이다.
전 세계를 장악한 디지털 플랫폼이 없는 영역은 헬스케어(건강 관리) 분야다. 우리가 도전해볼 만한 사업 분야다. 그러나 5월이면 헬스케어 분야 플랫폼을 꿈꾸는 원격진료 업체들의 희망은 사라질 형국이다. 다행히 국회 내 여야 의원들이 합심해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법안을 내놓았다. 문제는 의사이자 의협 대변인 출신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 등이 의사 단체 의견을 수용해 사실상 재진만 허용한 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는 점이다.
기득권은 항상 변화를 두려워한다. 택시업계와 변호사에 이어 의사, 약사, 공인중개사, 세무사 등 단체들이 4차 산업혁명 기술에 기반한 신산업에 저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은 늘 기득권을 이긴다. 18세기 산업혁명 당시에도 증기기관차가 도입됐을 때 마부들의 저항이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0세기에 인터넷이 도입됐을 때 이 물결에 올라탄 기업들이 빅테크 지위를 쟁취했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로 변신한 아마존과 한때 비디오테이프 대여 업체였던 넷플릭스가 그런 기업들이다.
신산업이 기득권의 저항을 이기지 못하면 국가도 패자로 전락한다. 우리가 20세기 초 식민지로 전락한 것도, 유사 이래 매번 침략을 받은 국가로 고생한 것도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번에도 기득권 저항을 뛰어넘지 못하고, 신산업에 도전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선진국 도약은 이제 멈출 수밖에 없다. 오히려 종속국 처지가 될 위기다.
마찰을 빚는 기득권 단체와 타협이 나오면 가장 좋다. 그러나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득권 세력은 정부·정치권과 결탁해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 혁신의 적인 기득권의 저항을 이기는 비법은 없다.
한국에서는 정치권이나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정치 생명을 걸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득권 카르텔 타파"를 외친다. 그 카르텔 타파가 곧 국민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강성 기득권 표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1년 후 총선에서 표를 잃기보다 표를 더 얻는 길이기도 하다. 특히 신산업에 도전하는 창업자들은 대부분 MZ세대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부를 가른 세대다. 이들은 대통령의 혁신 리더십을 보고 내년 총선에서 다시 한번 결단을 내릴 것이다.
[김명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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