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예타 기준 완화, 총선용 아닌가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의 문턱을 낮추려는 건 맞아요. 문제는 국회입니다. 왜 하필 지금 밀어붙이냐는 거죠."
한 세종시 관료가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예타는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연구개발(R&D) 등에 사업성이 있는지 사전에 점검하는 과정이다. 조사가 오래 걸리는 탓에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려는 지방자치단체에는 면제받는 게 이득이다.
예타 면제에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지만 지자체에는 총사업비 기준(500억원 미만)부터가 불편하다. 웬만한 SOC 관련 공사를 하려면 500억원이 훌쩍 넘게 드는데, 이럴 때마다 예타를 거치느라 착공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불만을 고려해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예타 면제 총사업비 기준을 1000억원으로 올려주기로 했다.
기준을 바꾸려면 국회에서 법이 개정돼야 한다. 총사업비 기준액을 올리는 내용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담겨 있다. 개정안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의결됐다.
총사업비 기준액을 올려 예타 면제가 늘어나면 물론 장점이 있다. 투자가 활성화돼 지역산업 발전의 동력이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여야가 재정 건전성을 위한 다른 법안은 외면하고 예타 면제 기준 완화법부터 통과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여야는 개정안에 이견 없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나라 곳간이 새지 않도록 관리하는 재정준칙 도입법은 논의 자체를 미뤘다. 총선을 1년 앞두고 각 지역에 선심성 사업을 늘려보려는 속셈이란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여야가 완벽에 가까운 합의를 이룬 만큼 개정안은 본회의까지 직행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준칙 도입을 골자로 하는 다른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상임위 소위 단계에서 공전을 거듭하는 모양새와는 사뭇 다르다.
총선 모드 돌입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한 표 한 표가 소중할 여야 의원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진짜 필요한 사업인지, 자칫 국가 재정에 구멍만 내는 사업인지 외부에서 객관적 평가를 받는 것을 피해선 안 된다. 국민 덕에 빛나는 배지를 단 이들이라면 그래야 한다.
[이희조 경제부 lee.heejo@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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