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자회사·中企 양강시장에 `금융 메기`… 알뜰폰시장 흔드나

김나인 2023. 4. 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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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KB 알뜰폰 사업 승인
금융상품 연계해 시너지 노려
통신 3사 알뜰폰 점유율 51%
타 은행도 알뜰폰 사업 넘볼듯
이통유통 소상공인 타격 우려도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모바일'이 정식 사업 승인을 받은 데 이어 금융사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알뜰폰 시장이 통신 3사 자회사와 은행권의 양강체제로 바뀔 지 주목된다.

12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국민은행의 KB리브엠 알뜰폰 사업 정식 승인을 최종 의결했다. 지난 2019년 리브모바일(KB리브엠)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국민은행은 알뜰폰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제와 워치 요금제를 출시해 요금제를 다양화했다. 중소업체 위주인 알뜰폰의 한계로 꼽힌 CS(고객서비스)도 24시간 고객센터 운영을 통해 강화했다. 기존 금융권의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를 통해 지난 2월 기준 40만명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국민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것은 수익을 확보하려는 목적보다 KB리브엠과 연계한 금융상품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통신 데이터를 확보해 자사 상품과 시너지를 만들려는 의도가 크다. KB리브엠 진출 이후 토스도 토스모바일을 설립해 지난 1월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KT, 고고팩토리 등 사업자와 제휴해 알뜰폰 연계 혜택을 제공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했다. KB리브엠 정식 승인을 시작으로 다른 은행들도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선택지가 늘어나고 서비스 혁신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국민은행 측은 "가계통신비 절감과 금융·통신을 결합한 혁신 서비스 제공으로 알뜰폰 시장의 질적·양적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통신 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해서 소비자 편익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기존 알뜰폰 시장은 이동통신 3사가 보유한 알뜰폰 자회사의 영향력이 크다. 지난해 기준 이동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의 총 점유율은 51%에 달한다. 리브엠을 포함해 탄탄한 고객층을 보유한 은행권의 알뜰폰 진출이 이어지면, 전체 통신 시장의 16.9%(1306만명)인 알뜰폰 시장이 더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 중 IoT(사물인터넷) 가입회선을 제외한 순수 휴대폰 가입자는 736만명(56.4%)에 그친다. 정부도 금융, 유통 등을 결합한 융합형 서비스 차별화를 기대하고 있다.

KB리브엠 승인을 앞두고 알뜰폰 시장에서는 변화가 감지됐다. 최근 '0원 요금제'가 속속 등장했다. 알뜰폰허브 사이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월 요금을 내지 않고 사용 가능한 요금제가 23개에 달한다. 6~7개월 기준 프로모션 요금제가가 많고 해당 기간 동안 0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식이다. 인스코비가 제공하는 '유심프리티데이터중심11G+' 요금제는 프로모션 기간 동안 월 9900원을 내면 데이터 161GB(기가바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통신 3사가 점유율 확대를 위해 보조금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금융권의 입지가 커지면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 이동통신 유통 소상공인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사들의 공격적인 요금제 경쟁이 이어지면 생태계가 교란될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 유통업계 등은 줄곧 금융위에 상생방안을 요구해왔다. 현재 이동통신사가 받는 점유율 제한 규제 등을 금융사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KMDA(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금융위의 KB국민은행 알뜰폰 사업 승인에 '유감'을 표했다. KB리브엠이 이동통신시장 '메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는 '베스'라는 비판이다. KMDA 측은 "공정경쟁을 위해 KB리브엠이 도매대가 이하로 판매할 수 없도록 관련 법을 정비해 강력한 처벌 규정을 통해 건전한 유통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며 "건전성 훼손, 과당 경쟁 방지를 위해 시장운영모니터링을 민관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관리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승인에 이어 상세한 조건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점유율 규제 등 조건 부여에 대해 "이제 결과를 알게 돼 (점유율 규제 도입 논의 등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거대한 자본력을 가진 금융사에는 이동통신 자회사와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중소 사업자와의 상생을 위한 정부 차원의 공정경쟁 환경 조성과 상생방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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