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 보도' 뉴스토마토 기자, 10주째 대통령실 출입 못해

노지민 기자 2023. 4. 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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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관계자 "고발당한 기자 대신 다른 기자로 대체" 권하기도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대통령실이 수개월 째 뉴스토마토의 출입기자 교체 신청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을 출입할 뉴스토마토 기자가 역술인(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한 의혹을 보도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이 불편한 보도를 한 언론을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올해 초 인사에 맞춰 기존 대통령실 출입기자를 타 부서로 발령하고, 신규 출입기자 등록을 신청했다. 대통령실 출입을 맡게 된 A기자는 지난 1월26일 대통령실에 출입 등록을 신청했고 1월31일까지 관련 서류를 보완해 제출했다.

통상 대통령실 출입 매체가 기자 교체를 신청하면 대통령경호처의 신원 조회 기간까지 3주가량 걸린다. 뉴스토마토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10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뉴스토마토 기자 교체를 처리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실 경호처에서 신원 조회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연합뉴스

그러나 뉴스토마토가 출입기자 교체를 신청한 지난 1월 이래 타 매체들은 문제 없이 출입기자 교체를 이어왔다. 지난 1월 말에서 4월 현재까지 SBS, CBS, 동아일보, 경향신문, MBC를 비롯해 수많은 매체들이 인사 이동 등을 이유로 출입기자를 교체했다. 지난 2월엔 이례적으로 대통령실 출입 매체 한 곳이 새로 추가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뉴스토마토의 '천공' 보도가 문제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A기자는 지난 2월 <<a href="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174927">(단독)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남영신 육참총장 '천공·김용현, 공관 둘러봤다' 말했다”> 기사에서 천공이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B의원과 용산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과 서울 사무소를 사전 답사했다고 보도한 취재진 일원이다. 대통령실은 보도 이튿날 A기자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실제 여권 관계자는 뉴스토마토 측에 “고발 당한 기자 대신 다른 기자로 대체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신형 뉴스토마토 정치부장은 12일 <윤 대통령님, 기자 출입 막는 '참모진 전횡' 아십니까> 칼럼에서 이렇게 전하며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무속인 천공에 대한 의혹 제기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최 부장은 “본지는 대통령실 신규 등록사가 아니다. 출입기자 교체 건에 불과하다”며 “청와대 출입기자 운영규칙 어디에도 언론사 출입을 막을 근거는 없다”고 했다.

▲4월12일자 뉴스토마토 칼럼

이날 통화에서 최신형 부장은 “A기자는 2021년 10월부터 2022년 5월 초까지 청와대에 출입했다. 정부는 다르지만 신원조회라는 절차를 거쳤던 기자다. 나도 청와대 출입을 했는데 3~4주 정도면 출입 등록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거칠게 이야기하면 일종의 언론 통제, 공권력을 통한 일종의 검열이나 편집권 침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윤석열 정부가 이런 식으로 공권력을 활용해서 기자들의 취재 활동을 제한한다면 5공 때 보도지침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실이 특정 보도에 대한 불만을 출입기자 교체 거부로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다. 대통령실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들은 뉴스토마토 사례에 관해 “천공 보도 때문 아니겠나”라거나 “경호처 신원 조회 때문이라는 이유는 말이 안 된다”고 전해왔다. 대통령실이 지난해부터 미디어오늘의 출입기자 교체 신청을 묵살해온 것과 맞물려 “안 받아주는 매체가 미디어오늘이나 뉴스토마토 밖에 없지 않느냐”는 반응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출입기자들이 공개적으로 입을 모아 대통령실을 비판하는 모습은 찾기 어렵다. 지난해 MBC에 대한 대통령실의 비속어 보도 관련 압박과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중단 등이 이어지면서 대통령실과의 대립이 취재 기회 제약으로 이어진다는 학습 효과가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 MBC나 뉴스토마토 사례 등이 해당 매체와 대통령실의 문제일 뿐이라는 일부 시각도 공동 대응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최 부장 역시 “전체적으로 움직이기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분명 있을 테고 이해는 한다”면서도 “언론인들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인데 그게 없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아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 관리를 담당하는 대외협력비서관실 측은 뉴스토마토 등 출입기자 교체가 지연되는 사유에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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