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초선 오영환, 정치와 ‘헤어질 결심’ 왜?

문영훈 기자 2023. 4. 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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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곁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4월 10일 오영환(35)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당의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지역구 초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이례적인 일이다.

4선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2021년 2월 서울시장 경선에 나오면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이는 '86 용퇴' 성격이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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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나라’ 만들지 못해 상당히 괴로워했다”[who’s who]
4월 10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 곁을 지키는 소방관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4월 10일 오영환(35)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어 상대방을 악마화하기 바쁜 정치현실에 책임 있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당의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지역구 초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이례적인 일이다.

오 의원은 최연소 지역구(경기 의정부갑) 의원으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2010년 서울 광진소방서 119구조대원을 시작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최초의 소방관 출신 의원이 됐다. 10년간의 소방관 경험을 바탕으로 소방관 처우 개선에 힘을 쏟았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며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을 제한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해 본회의 통과를 이끌었다.

안전에 진심이었던 소방관 출신 의원

2020년 9월 22일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청과물시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을 격려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그는 의정 활동 초기부터 대립과 갈등이 반복되는 여야 전선에 유감을 표했다. 2020년 9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서로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흠집부터 내는 정쟁이 지속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오 의원과 함께 청년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이동학 민주당 전 최고위원은 "오 의원은 '안전한 나라’를 꿈꾸며 정치에 뛰어들어 소방과 관련한 많은 제도를 바꾸고자 했으나 정치 현실을 체감하고 상당히 괴로워했다"며 "현장으로 돌아가겠다는 그의 말에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친문과 비문, 친명과 비명으로 이어지는 당내 갈등에서 일부 민주당 극성 지지자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네 명의 민주당 초선의원과 함께 당내 쇄신과 반성을 촉구한 시점이 분기점이다. '조국 사태’를 재보궐 참패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는 이유로 친문 강성 지지자들은 그에게 문자 폭탄을 보냈다.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낙연 후보의 수행실장을 맡으며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부터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란 의미의 은어)’으로 불렸다. 오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에서 "극단의 갈등 속에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척하는 이들을 설득하고 조정해 낼 정치적 역량을 결국 제안에서 찾지 못했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초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의 파장은 컸다.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국일보 등 일간지는 4월 12일자 사설에서 오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다뤘다. 공통적으로 '극단적인 정치 갈등’과 '팬덤 정치’에 대한 정치권의 반성이 필요하다는 논지다.

당내도 술렁이는 분위기다. 4선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2021년 2월 서울시장 경선에 나오면서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이는 '86 용퇴’ 성격이 짙었다. 4월 12일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오 의원과 같은 고민을 하는 의원이 많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총선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앞으로 그의 소신이 당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이번 불출마 선언은 정쟁에 몰두하는 여의도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사심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특히 여야 모두에 싫증이 난 중도층에 주는 메시지가 크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의 목소리가 묻히는 감이 있지만 앞으로 제2의 오영환, 제3의 오영환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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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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