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부러진 나무로 전선 끊어져 불티"…강릉 산불 책임 공방 예고

2018년 고성산불·2019년 속초·고성 산불 원인도 ‘전선 단선’
두 산불 모두 과실 인정 안돼…법원서 모두 무죄 받아

12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저동골길 펜션단지가 전날 발생한 강릉 산불 화재로 전소돼 있다. 지난 11일 오전 8시22분쯤 강릉 난곡동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강풍에 산불이 번지자 소방당국은 소방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최고 수위 대응에 나서 8시간만에 진화했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530개 면적' 산림을 태우고 주택, 펜션 등 총 100곳이 넘는 시설물이 소실되거나 부분 소실됐으며 1명이 사망했다. 2023.4.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강원=뉴스1) 이종재 기자 = 강원 강릉 난곡동 일원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의 원인이 강풍에 쓰러진 나무에 의한 ‘전선 단선’으로 좁혀지는 가운데 산불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강원도소방본부는 12일 광역조사요원 23명을 투입해 발화지점에 대한 세부적인 현장 감식을 벌였다. 소방당국은 “감식 결과 당시 초속 29m 강풍에 부러진 소나무가 인근 전신주를 덮쳐 고압전선이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때 발생한 불티가 시초류에 옮겨 붙어 발화한 것으로 잠정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산림청도 발화지점에 대한 1차 조사를 통해 “강한 바람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이 끊어졌고, 그 결과 전기불꽃이 발생해 산불을 일으켰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도 이날 오전 발화지점에서 추가 감식을 벌였다.

이번 산불로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은 “발화 원인을 철저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산림당국도 산불 원인 제공자를 산림보호법 위반으로 책임을 물을 계획이지만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경포로 경포호 인근 펜션단지가 전날 발생한 강릉 산불 화재로 전소돼있다. 바로 뒤로 아파트단지가 보인다. 지난 11일 오전 8시22분쯤 강릉 난곡동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강풍에 산불이 번지자 소방당국은 소방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최고 수위 대응에 나서 8시간만에 진화했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530개 면적' 산림을 태우고 주택, 펜션 등 총 100곳이 넘는 시설물이 소실되거나 부분 소실됐으며 1명이 사망했다. 2023.4.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019년 4월4일 속초‧고성 산불과 2018년 3월28일 고성 산불도 전선이 끊어지면서 일어났으나 현재까지 형사 책임을 진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2019년 속초‧고성 산불의 경우 수사기관이 한국전력 직원 2명을 전신주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 실화)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겨졌으나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심 법원은 “하자 발생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한전이 아닌 직원 개개인의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업무상 과실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선고 당시 법정을 찾은 4·4산불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가해자가 없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 심판이다.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수많은 이재민들이 상처받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우리 이재민들은 누구에게 죄를 물어야 하냐”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선 2018년 3월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도 ‘전선 단선’에 의한 화재로 밝혀지면서 업무상 실화 혐의로 채석장 업체 대표와 전기설비안전관리 대행업체 대표 등 2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책임 소재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과실로 인정된 부분이 산불과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강릉 산불 조사 결과에 따라 민형사상 책임을 둘러싼 법정 공방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11일 오전 8시 22분쯤 강원 강릉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민가로 확산, 한 주택이 불에 휩싸여 있다. 소방당국은 소방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최고수위의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2023.4.11/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한편 이번 불은 11일 오전 8시22분쯤 강릉 난곡동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불은 8시간 만인 11일 오후 4시30분쯤 진압됐다.

강릉시는 이번 산불로 주택 40동, 펜션 28동, 숙박시설 3동 총 71동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사망 1명, 경상 14명 등 총 15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산불로 강릉 난곡동과 경포도립공원 일대 379㏊(산림 170㏊)가 소실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재민은 323세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leej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