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냐 맛이냐" 곰표vs대표 맥주 두고 고민 커지는 CU

이지영 기자 2023. 4. 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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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대한제분, 곰표맥주 불티나게 팔리자 직접 맥주사업 나서
브랜드명만 바뀐 '대표맥주'냐 맛 달라진 '곰표맥주'냐

(사진제공=세븐브로이)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편의점 수제맥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곰표밀맥주'를 두고 지식재산권(IP)을 가진 대한제분과 제조사 세븐브로이의 갈등이 커지면서 판매채널인 편의점 CU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곰표'라는 브랜드명을 앞세워 대한제분의 새로운 '곰표맥주'를 판매해야 할지, 아니면 기존과 맛은 똑같지만 이름과 디자인 패키징이 모두 바뀐 세븐브로이의 '대표맥주'를 그대로 판매할 지 여부에 대해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직접 수제맥주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곰표 밀맥주 제조사를 3년 만에 '제주맥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이전과 같은 '곰표맥주'라는 브랜드 명은 유지하지만 제조사가 바뀐 탓에 기존의 곰표맥주와는 맛이 달라진 신제품이 출시될 전망이다.

대한제분은 '제2의 곰표 맥주'를 위해 맥주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했다. 여기엔 세븐브로이를 포함한 여러 수제 맥주 업체가 참여했고 최종적으로 '제주맥주'가 새로운 제조사로 채택됐다.

'곰표'라는 브랜드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의 요구에 따라 '곰표맥주'대신 '대표 밀맥주'라는 이름의 맥주를 새롭게 출시했다. 여기에는 기존 세븐브로이가 선보였던 '대표'라는 맥주 상표와 곰 캐릭터가 사용됐다.

결국 CU는 기존과 맛이 달라진 '곰표맥주'와 맛은 그대로지만 브랜드명과 패키지가 달라진 '대표맥주' 중 하나를 골라 판매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CU 입장에선 두 브랜드의 맥주를 모두 판매해도 문제될 게 없지만 이럴 경우 소비자의 혼란이 우려된다.

예를 들어 곰표 맥주를 즐겨 마시던 고객이 똑같은 패키징의 '곰표맥주'를 구입했는데 맛이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거나, 곰표라는 익숙한 브랜드명 때문에 레트로풍 '곰표맥주'를 선택했던 고객들이 '대표맥주'라는 브랜드가 생소해지는 상황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CU는 기존에 판매하던 세븐브로이의 리뉴얼 제품 '대표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이 '곰표밀맥주'의 패키지를 표절했다는 논란으로 패키지 디자인을 또 한번 바꾸면서 이전의 곰표맥주 색깔을 완전히 벗게 됐다.

공격 마케팅으로 곰표맥주 위상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었던 CU입장에선 소비자에게 생소해진 '대표맥주'를 또 한번 새롭게 홍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담 적지 않다. 특히 5월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맥주 성수기에 앞서 마케팅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라 고민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CU관계자는 "아직 대한제분의 제2의 곰표맥주가 출시되기 전이라 기존 세븐브로이의 '대표맥주'를 계속 판매하고 있다"며 "편의점 입장에선 두 브랜드 제품을 모두 팔아도 관계 없지만 맛과 달라진 브랜드에 소비자 혼선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내부적으로 여러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대한제분의 신제품 맥주가 출시돼야 어떤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내세울 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CU가 2020년 4월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곰표밀맥주는 출시 이래 5000만캔 이상 판매됐다. 단 한 번도 맥주 카테고리에서 1등 자리를 놓친 적이 없던 카스의 위상마저 흔들어 놨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2021년 CU 맥주 카테고리 매출 1위를 차지했던 곰표 맥주는 현재까지도 '테라'와 2위 자리를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의 갈등은 한마디로 건물주가 세 들어 장사하는 식당이 장사가 잘되자, 세입자를 내쫓고 직접 장사에 나선 상황과 흡사하다"며 "이 두 기업의 입장이 첨예한데다 감정싸움이 깊어지고 있어 CU 측에서도 두 브랜드를 같이 판매하는 것이 부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대한제분의 신제품이 기존 곰표맥주를 넘어설 정도로 맛과 품질을 어느 정도 갖췄을 지가 관건이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w038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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