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알뜰폰 품다]上 은행서 폰 개통 가능해진다
은행권, 알뜰폰 사업자 제휴로 '저울질'
앞으로 국내 시중은행들은 모두 알뜰폰 요금제를 자체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가 해당 업무를 은행의 부수업무에 포함하겠다고 밝히면서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정례회의를 열고 KB국민은행이 요청한 은행의 부수업무로 금융과 통신이 융합된 통신요금제 판매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은행은 은행법에 따라 법령에 명시된 사업만 영위할 수 있는데 이 은행법에 통신요금제 판매 서비스를 포함하기로 하면서 모든 은행들이 알뜰폰 요금제를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B가 쏘아올린 공 전 은행권으로
은행의 알뜰폰 요금제 판매 서비스는 KB국민은행이 시작을 알렸다. 지난 2019년 4월 KB국민은행은 통신과 금융의 융합을 통해 통신비용 절감과 금융서비스 질 향상이 가능하다고 보고 금융위원회의 규제특례 제도를 통해 알뜰폰 요금제 서비스인 'Liiv M'을 출시한 바 있다.
'Liiv M' 출시를 진두지휘 했던 허인 당시 KB국민은행장(현 KB금융지주 부회장)은 "금융을 더 잘 하기 위해 알뜰폰 요금제 판매에 뛰어들었다"며 "통신을 통해 수익을 내고자하는 생각은 없다"라고 말하며 알뜰폰 시장 진출의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은 적지않은 변화를 야기했다. KB국민은행은 'Liiv M'을 통해 이동통신 3사만 제공하던 5G 요금제를 알뜰폰 최초로 출시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와 동시에 KB국민은행의 서비스 이용 실적에 따른 할인제도를 도입하면서 금융과 통신의 융합 가능성도 제시했다.
소비자의 선택도 받았다. 정식 출시 이후 약 4년간 가입자 40만명을 확보했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 기준 이동통신 조사 전문기업인 컨슈머인사이트의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고객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양과 질 모두 사로잡은 셈이다.
금융당국 역시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하며 두 차례에 걸쳐 규제특례를 연장해줬고 이날 최종적으로 KB국민은행이 'Liiv M'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허가해줬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알뜰폰 요금제 판매가 가능해질 예정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통신과 금융의 융합서비스가 활성화 돼 소비자 입장에서 통신요금을 낮추고 은행권에서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현재 개발 중인 대안신용평가 모델에 활용하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알뜰폰 시장 진출 저울질 시작
이날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알뜰폰 요금제 판매를 은행의 부수업무로 허용한다고 해서 당장 내일부터 모든 은행들이 통신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은행법 개정이라는 '법령 개정'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절차는 현재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이 이 사업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인정해달라고 신청을 내면 이에 대한 법령 정비작업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법령 정비 작업이 소요되는 기간 동안은 현재 규제특례를 받아 해당 서비스를 영위중인 KB국민은행만이 알뜰폰 요금제를 판매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기간이 길면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주요 은행들은 이미 이동통신 3사의 알뜰폰 사업자들과 손잡고 금융과 통신이 융합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알뜰폰 사업에 진출에 대한 저울질은 시작한 모습이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KT 및 KT알뜰폰사업자와 손잡고 모바일뱅킹 'SOL'에서 알뜰폰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알뜰폰 요금제 비교 플랫폼 고고팩토리와 함께 손잡고 금융혜택과 통신혜택이 융합된 요금제를 내놨다.
은행 관계자는 "아직 다른 은행들이 곧장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또 알뜰폰 시장상황, 타 은행권 동향 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금융과 통신의 융합이 가지고 오는 긍정적인 시너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연이어 나오고 있는 만큼 통신사업 진출에 대해 긴밀하게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은행에서는 알뜰폰 시장 진출에 신중한 의견을 내기도 하는 모습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예고된 상황에서 은행이 진출할 수 있는 비은행 분야가 다양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알뜰폰 사업만이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은행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 투자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