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대책 '엄벌주의'에 방점…대입 N수생까지 불이익
2026학년도부터 학폭 반영 필수…N수생도 영향
‘취업 불익’은 사실상 무산…“기업 판단할 문제”
피해 학생에게 가해자와의 분리요청권 부여키로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12일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학폭) 근절 종합대책은 ‘처벌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폭 가해자는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도가 담겼기 때문이다.
학폭 기록 보존 2년→4년으로 연장
재수생 등 N수생도 학폭 가해 기록으로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과·학내봉사로 끝나는 가벼운 학폭(1·2·3호)은 졸업과 동시에 기록이 삭제되지만, 4호(사회봉사)·5호(심리치료) 처분은 졸업 후 2년간 기록이 보존된다. 특히 6호(출석정지)·7호(학급교체)·8호(전학) 처분은 보존기간이 4년으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6·7호 처분은 졸업 전 심의를 통해 삭제할 수 있지만, 8호 처분은 예외 없이 4년간 기록이 유지된다. 가장 무거운 징계인 퇴학(9호) 처분은 영구 보존되며 삭제가 불가하다.
앞서 지난 5일 당정협의회에서 제기된 ‘취업 시 불이익’ 검토는 사실상 무산됐다. 기록 보존 기간만 늘리기로 하고 채용 시 고교 학생부 반영 여부는 기업 판단에 맡긴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취업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다만 중학교 졸업 후에도 기록 보존기간이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나기에 고입에서도 학폭 가해자의 불이익은 불가피하다.
학생부 학폭 기록은 삭제하기 어렵게 규제를 강화했다. 삭제 심의에서 피해 학생의 동의를 얻도록 했기 때문이다. 특히 소송 여부를 통해 가해자의 반성 정도를 심의에 반영토록 했다.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국장은 “심의과정에서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를 고려토록 하고 있는데 불복 소송 중인 경우는 반성한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학폭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치도 강화된다. 지금은 학폭 사안 발생 시 학교장 판단에 따라 ‘3일 이내’에 즉시 분리 조치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즉시 분리 기간이 ‘7일 이내’로 연장된다.
피해 학생에게 분리요청권 부여
통상 학교에서 학폭이 발생하면 사안 조사에 3주, 학교폭력대책심의위(학폭위) 심의에 4주가 소요된다. 즉시 분리 조치 이후 심의 중에는 가·피해자 간 분리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이에 교육부는 긴급 분리 조치에 ‘가해자 학급교체’를 추가하고 학폭위 심의 결정 때까지 ‘가해자 출석정지’가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특히 피해 학생에게 분리 요청권을 부여,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과의 분리를 요청하면 학교장이 가해자에 대해 출석정지·학급교체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해자가 불복 소송을 통해 집행정지 처분을 받아도 피해 학생에게 분리 요청권을 행사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교육청 주관으로 전문변호사 지원 등 피해 학생에 대한 법률서비스 지원도 강화한다”고 했다.
이번 학폭 대책은 지난 2012년 마련한 대책에 대한 수정·보안본이다.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논란이 계기가 됐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강원 민사고 재학 중이던 2018년 3월 지속적 가해로 전학 처분을 받은 뒤에도 전학 간 고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2020학년도 서울대 정시전형에 합격했다. 이후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논란이 가중되면서 이번 대책이 마련됐으며 결국 수시뿐만 아니라 정시에서도 학폭 반영을 의무화하기로 한 것. 이번 대책으로 제2의 정순신 아들 논란 재발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만, 학폭 기록의 대입 반영으로 불복 소송은 늘어날 전망이다.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폭 대책이 엄벌주의로 가면 소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각심에 학폭 건수 줄 것” 전망도
반면 학폭 대입 반영으로 경각심을 높여 장기적으론 학폭 발생 건수를 줄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나현경 변호사(법무법인 오현)는 “이번 대책으로 볼복 소송이 늘긴 하겠지만 학폭 경각심이 생겨 학폭 사건 자체가 줄어든다는 장점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학자들은 피해 학생에 대한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폭 관련 폭로가 계속되는 이유는 강한 처벌이 안 돼서라기보다는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회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교육당국은 피해자 보호·관리·회복에 초점을 두고 학폭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신하영 (shy11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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