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이력' 대입 정시에 반영-지원자격 박탈도 나올 듯..취업은 별도
학교폭력(학폭) 가해자는 앞으로 대학입시 정시전형 과정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일부 전형은 학폭 가해자의 지원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학폭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보존하는 기간도 현행 규정보다 2배 늘어난다. '엄벌주의'에 방점을 두고 학폭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구체적인 반영 방식과 기준은 각 대학이 정한다. 전면적인 적용은 2026학년도부터 이뤄진다. 2025학년도 대입의 경우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대입은 입학전형을 정할 때 일정기간을 두고 발표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에 시차가 발생한다. 2024학년도 대입에 달라진 규정을 적용할 수 없는 이유다.
대학의 판단에 따라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중심으로 학폭 가해자에게 지원 자격을 주지 않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전체 전형에서 무조건 (학폭 가해자를) 배제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다"며 "대학들이 이전부터 고민을 해왔던 부분인데, 전형의 특성에 따라 지원 자격을 배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부에 기록되는 학폭 조치사항의 보존기간도 바뀐다. 학폭 조치사항은 1호(서면사과), 2호(접촉·협박·보복금지), 3호(학교봉사), 4호(사회봉사), 5호(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 6호(출석정지), 7호(학급교체), 8호(전학), 9호(퇴학)로 나뉜다. 이 중 최고 수위의 처분인 9호는 조치사항을 학생부에 영구보존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기존 정책기조를 뒤집고 '유턴'을 선택했다. 2012년 학폭 대책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고등학생의 경우 10년 동안 학폭 이력을 학생부에 보존했다. 당시에는 삭제 조항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부터 학생부 기록 보존기간을 단축하기 시작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엄벌주의'에 방점을 찍었지만 학폭 이력을 취업과 연계하는 방안까진 넣지 않았다.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취업 시까지 불이익을 주는 건 우리 사회의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며 "신입사원 선발까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기업이 판단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울러 현행 3일로 정해진 학폭 가·피해학생 즉시분리를 '7일 이내'로 연장하고, 피해학생에게 가해자와의 분리요청권을 줄 방침이다. 교사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교육청에 '학폭예방·지원센터'를 설치한다. 교사가 학폭을 대응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에는 고의가 아니거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한다.
한 총리는 "학폭에 대한 안이한 온정주의로 인해 피해학생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학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무너져버린 교권도 강화해 학폭을 근절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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