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정순신' 막자…학폭 가해자, 대입 불이익 커진다

학폭 조치사항, 고1부터 필수 반영 추진…고2는 대학 자율
"대학, 안 따라올 수 없을 것…가해 학생, 대입에 치명적"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교폭력대책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4.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서한샘 기자 = 정부가 12일 발표한 학교 폭력(학폭) 근절 종합대책은 학폭 조치 사항을 수능 100% 전형인 정시 전형에도 반영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올해 고1이 치르는 2026학년도 대학입학전형부터는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학폭 조치 사항의 대입 필수 반영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으며, 학폭 조치 사항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보존 기간도 최대 4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학폭 조치 사항을 대입 정시 전형에까지 반영하기로 한 것은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건으로 불거진 논란 때문이다.

2023학년도 대입 정시 전형에서 학폭 조치 사항을 전형에 반영한 곳은 서울대 등 단 4곳에 불과했다. 학폭 조치 사항을 반영한 수시 학생부종합 전형이 전체의 86%에 달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시 전형에도 학폭 조치 사항을 반영해 형평성을 제고하고, 대입 전형 시 학폭 가해자에게 불이익을 줘 학폭을 근절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학폭 조치사항이 대입 정시 전형에 반영되는 것은 이르면 2025학년도부터다.

정부는 2025학년도 대입에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폭 조치사항을 전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대입 정시전형에 학폭 조치사항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려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마련하는 대입전형기본사항에 포함돼야 하지만 2025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은 이미 지난해 8월 말에 나왔기 때문에 2025학년도는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다만 대교협·전문대교협이 올해 8월 발표할 예정인 2026학년도 대입전형기본사항에 학폭 조치사항을 반영하면 2026학년도부터는 정시 전형에도 학폭 조치사항이 필수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대학들도 대입에서 학폭 조치사항을 반영하는 것에 공감대가 넓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정시 전형에서 반영할 때 어떤 것이 필요한지는 대학들과 긴밀하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교육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대학별로 전형이 다르고, 총점도 다르다.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전형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교협·전문대교협의 2026학년도 대입전형기본사항 발표까지 넉 달 이상이 남았지만, 전문가들은 학폭 조치사항이 정시 전형에 반영된다면 가해 학생이 대입 전형에서 크게 불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가해 학생이) 치명적으로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며 "(가해 학생이) 정상적으로 고교를 졸업해 대입을 치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결정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학폭은 명문 일반고, 명문 특목·자사고 등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도 발생한다"며 "대입에 반영되는 범위는 최상위권 대학에서 중하위권 대학까지 전방위적일 것"이라고 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도 <뉴스1>과 통화에서 "가해 학생의 대입에는 치명적일 것이다. 전학 조치를 받은 학생은 원하는 대학에 못 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송 정책위원은 "(감점 등의 여부를) 대학 자율에 맡겼지만, 전학 조치 등에 대해서는 당락에 영향을 줄 정도가 될 것"이라며 "그것이 상식적인 데다 이번 학폭 종합대책의 취지나 흐름을 봤을 때 대학들이 안 따라올 수 없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교육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대학에 맡기면 대학들은 크게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부담 때문에 당락에 영향을 줄 만큼의 감점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yos54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