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cm의’ 온실 속 화초, 벨 감독은 ‘이렇게’ 가꾸고 있다

강예진 2023. 4. 1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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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속 화초처럼 아끼다가 월드컵에 데려가고 싶다."

콜린 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182cm 장신 공격수 박은선(37·서울시청)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벨 감독은 "박은선을 처음 뽑은 후에 '내가 너에게 원하는 건 15분, 20분 정도'라고 했지만, 노력도 하고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월드컵 전까지 온실 속 화초처럼 아끼고 있다가 월드컵 때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다"라며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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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박은선이 11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 2차 평가전에서 헤더슛으로 팀의 다섯번째 골이자 자신의 멀티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2023. 4. 11. 용인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이금민(왼쪽)이 11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 2차 평가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어시스트를 한 박은선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23. 4. 11. 용인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용인=강예진기자] “온실 속 화초처럼 아끼다가 월드컵에 데려가고 싶다.”

콜린 벨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은 182cm 장신 공격수 박은선(37·서울시청)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벨 감독에게 박은선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인지를 깨닫게끔 하는 코멘트였다.

박은선은 지난해 6월 2015년 캐나다 여자월드컵 이후 7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1년부터 국가대표에 승선한 그는 줄곧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안종관 전 감독과 윤덕여 전 감독 이후 지휘봉을 잡은 콜린 벨 감독에게는 처음으로 부름을 받았다.

당시 벨 감독은 박은선에 대해 “한국에 온 뒤로 3년 동안 박은선을 지켜봤다. 다른 선수가 가져다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경기를 변화할 수 있는 요소다”라면서 그의 ‘피지컬’을 주목했다.

박은선은 여자축구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피지컬을 갖추고 있다. 장신에 유럽 선수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힘까지 지녔다. 아기자기한 패스 플레이로 경기에 나서는 벨호로써는 매력적인 카드가 아닐 수 없다. 다가오는 7월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을 준비하는 벨호가 또다른 플랜을 준비할 수 있는 중심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벨 감독은 박은선을 소집한 후 줄곧 ‘조커’로 그를 활용했다. 피치에 오랜 시간을 뛰게 하는 것보다는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순간’에 집중해왔다. 최유리와 손화연과 같이 많이 뛰는 것보다는 전방에서의 높이, 세트피스 상황서 제공권을 앞세울 때 박은선을 교체 투입했다.

그러다 점차 출전 시간을 늘려갔다. 경기 종료 10~20분 사이에 투입되곤 했던 박은선은 지난 7일 잠비아와 1차 평가전에서는 45분간 경기에 나섰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된 그는 휘슬이 울릴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1골1도움으로 화답했다. 이금민의 동점골을 돕는가 하면, 후반 추가시간 맛을 보면서 2014년 5월 호주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 이후 9년 만에 A매치 득점포를 가동했다.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박은선(오른쪽)이 11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 2차 평가전에서 헤더슛으로 팀의 다섯번째 골이자 자신의 멀티골을 넣고 조소현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2023. 4. 11. 용인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2차전은 더 훨훨 날았다. 손화연과 선발 투톱을 이룬 박은선은 경기를 지배했다. 최전방에 위치한 박은선은 높이를 앞세운 헤더골은 물론 발재간을 활용한 연계와 골까지 만점 활약을 펼쳤다. A대표팀에서 두 골 이상을 기록한 것 역시 2014년 AFC 여자 아시안컵 태국과 조별리그 9년 만이다. 1차전 박은선의 플레이를 보고 대비를 했던 상대 감독도 혀를 내둘렀다.

출전 시간을 늘릴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벨 감독이 추구하는 ‘고강도 훈련’ 덕이다. 강하게 부딪히면서도 빠르게 나아가는 걸 주문하는 벨 감독은 체력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꾸준히 부름을 받은 지난 10개월 박은선도 점차 몸이 올라오는 걸 느낀 셈이다.

수장은 만족의 미소를 보였다. 벨 감독은 “박은선을 처음 뽑은 후에 ‘내가 너에게 원하는 건 15분, 20분 정도’라고 했지만, 노력도 하고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월드컵 전까지 온실 속 화초처럼 아끼고 있다가 월드컵 때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다”라며 미소를 띠었다.

박은선은 올해로 태극마크 20주년을 맞았다. 과거 성별 논란을 겪는 ‘인권 모독’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완벽하게 털고 일어났다. 벨 감독의 보살핌 아래, 준비가 착실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박은선은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을 하긴 했지만, 주변에 도움 주는 분들이 워낙 많았다. 은퇴를 생각했을 때도 소속팀 감독께서 기회를 주셨고, 그러다 벨 감독님의 부름을 받으면서 잘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는 “월드컵에 나가서 꼭 골을 넣어서 멋진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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