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왜 자꾸 대한민국을 ‘을’로 만드십니까” [정치왜그래?]
■ 방송 : 시사IN 유튜브 〈정치왜그래?〉(매주 화요일 저녁 7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장일호 기자
■ 대담 :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
“일본에 이어 미국에도 계속되는 저자세 외교 시즌2, 국내 비판은 적반하장 대응”
“윤석열이 강조한 한미동맹 정면으로 훼손한 것은 미국, 재발 방지와 사과 요구해야”
“협상력 낮추는 소극적 대응… 국내 반대 여론 협상 지렛대로 활용, 왜 안 하나”
“국가안보실만 도청당했을까? 언제부터 어디까지 당했을까? 진상조사 필수”
“국가 안위를 정면으로 흔들고 한미동맹을 훼손시키는 건 국내 비판 여론이 아닌 미국”
“야당이 자해 외교 하고 있다고? 윤석열 정부 자기소개인가”
“미국과 우리는 동맹이지 상하관계 아니야… 미리 ‘복종’하지 말아야”
■ 진행자 / 대통령실이 말 그대로 ‘뚫렸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불법 정보 수집이 아무리 공공연한 비밀이고 관행이라고 해도, 이것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대통령실 대응이 좀 이례적입니다.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다” “미국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다”라는 말도 좀 이상했거든요. 그런데 그다음 반응이 “도감청을 왜곡해 동맹을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라고 하면서 으름장을 놓았어요. 또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미국 출장길에 나서면서 “공개된 정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 입장을 전달할 게 없다”라고 했는데. 이번 정부 대응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 장혜영 / 김칫국을 마시다가 등짝을 맞아서 사레들리면 저런 모습이구나 싶었는데요. 한미 정상회담 가서 이것도 하고 이것도 해야지 하고 있었던 와중에 도청이 드러난 거잖아요. 윤석열 정부가 내치를 통해서 득점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까 외치 통해서, 소위 말하는 ‘큰 거 한 방’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얻어서 뭔가 분위기를 쇄신해보겠다는 기획을 가지고 있었다고 저는 봤어요. 장밋빛 꿈을 꾸고 있었는데, 떠나기 직전에 생각지도 못한 악재가 터진 거죠. 외교안보에 아무리 짜고 치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주권 국가가 가져야 하는 ABC가 있잖아요. 기본이 있습니다. 특히나 동맹국가에 대한 도감청이라고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고 허용할 수 없는 일이죠. ‘만약에 이번 도감청이 사실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사과를 요구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사실 확인을 하기 전에 기본으로 깔아놓고 가야 되는 시작인 거죠. 윤석열 정부는 그런 입장 없이 사실 확인부터 하겠다고 나오고 있잖아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계속 저자세 외교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이렇게 기본이 안 된 부분에 대해 정당한 비판을 하면 오히려 적반하장식으로 정치적인 공격인 것처럼 얘기를 하고 있죠.
■ 박성민 / 이건 명백하게 미국의 잘못이잖아요. 불법적인 행위일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께서 그렇게 강조했던 한미 동맹을 어떻게 보면 정면으로 훼손시키는 행위예요.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질의를 했을 때 도감청 행위가 없었다고 미국은 얘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보고서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하는 것은 결국에 행위는 있었다는 걸 의미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대통령실이 이야기했던 사실관계를 더 파악해야 한다는 것의 ‘사실’이 도대체 무엇인지, 보고서가 조작됐다면 그것은 문제지만 도감청한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인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제가 화가 나는 건 지난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굴종 외교고 저자세 외교라고 비판을 많이 받았잖아요. 이거 시즌 2인가 싶어요. 제대로 항의하고, 제대로 사과받고, 제대로 설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고 재발 방지책까지 요구를 해야 돼요.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에 도감청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 이야기가 그냥 나온 게 아니고 독일 측의 강한 항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고요.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된 항의도 못하고 있는 건지, 대한민국 국민들만 답답한 상황이에요.
■ 진행자 / 소극적 대응이 어떻게 보면 외교 협상력을 낮추는 일이 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문제제기 하는 야당을 향해서 ‘반미 선동 멈춰라’고 하고 있단 말이죠.
■ 장혜영 / 윤석열 정부가 외교에 아무 실력이 없다는 게 이럴 때 드러나는데, 이런 경우에는 야당 비판이 지렛대가 될 수 있잖아요.
■ 진행자 / 협상의 지렛대로 써야 한다?
■ 장혜영 / 그렇죠. ‘나’는 신중할 수 있지만 국내 여론이 이렇게 비판적이고 반발도 많다, 그래서 우리는 사과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외교를 위한 지렛대로 써야죠. 미국만 생각하면서 행여 자기들이 생각한 그림에 먼지 한 톨 묻을세라 무조건 국내 탓을 하고 무조건 야당 탓을 하고 있는 그 모습이 정말 너무나 안타깝고요.
■ 진행자 / 4월11일 김태효 1차장이 오늘 출국하면서 한 말을 보면 결국 미국 가서 이런 얘기는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 박성민 / 더 이야기할 게 없다니,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 거 같아요. 근데 우리가 궁금한 건 보고서 내용도 내용인데 문제는 도감청을 당했다는 거잖아요. 그것도 대통령 집무실, 그러니까 대통령을 보좌하는 인력 실무 인력들이 있는 곳을 도감청을 했고요. 더 큰 문제는 제가 이번에 이 소식을 듣고 여러 우려가 들었는데요. 대통령실이 언제부터 도감청이 되고 있었느냐를 파악할 수 있을까? 도감청 된 정보가 만약 이렇게 흘러나오지 않았더라면 우리 정부가 먼저 이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까지 어디까지 당했어야 했을까? 지금 이 문건도 국가안보실이지만 여기만 당했을까? 다른 비서관실이나 수석실도 많잖아요. 이런 것들을 지금 우리 정부가 제대로 따져 묻고 진상을 밝힐 수 있을지 걱정이 돼요. 다 모르겠고 우리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하러 떠날게, 이럴 상황이 아니잖아요. 왜 이렇게 쿨하신 건지 저는 이해가 안 돼요. 한미동맹을 흔드는 세력이요? 반미 선동이요? 지금 국가 안위를 정면으로 흔들고 한미동맹을 훼손시키는 건 미국의 행위이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저자세로 나갈 필요가 없어요.
■ 진행자 / 문건 내용을 보면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압박을 우려하고 있다’는 건데,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까도 궁금하더라고요. 해당 이슈가 의제로 올라와서는 안 되는 성격의 이슈잖아요.
■ 장혜영 / 전쟁을 하고 있는 국가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넘어서서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건 완전히 다른 외교 차원의 결정이고요. 그게 특히 정상회담 차원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이슈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무기 지원 이슈는 한 국가의 주권에 관한 문제고, 여러 나라들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외교를 할 것인가 차원에서 수많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여러 고려와 논의가 있어야 하는 거죠. 판단의 모든 것의 기본은 우리의 주권, 우리의 국익인 거고요. 어떻게 지원을 하는 것이 우리의 평화와 안보와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라는 게 중요하고요.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요청할 수 있는 종류의 어젠다가 아니라고 하는 걸 명확하게 해야 할 텐데 아무래도 걱정이 되죠.
■ 박성민 / 무기 지원을 한다는 것 자체는 결국 한국의 원칙을 깨는 거거든요. 저는 미국과의 관계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미국을 위해서 우리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외교 전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한일 정상회담 때도 그랬지만, 특정한 편에 서서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외교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 진행자 / 그런데 대통령실은 되레 야당이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면서 “한미동맹을 흔드는 자해 행위이자 국익 침해 행위”라고 했어요.
■ 장혜영 / 자기소개를 하신 거라면 인정하겠습니다(웃음).
■ 진행자 / 한편으로 대통령실 용산 이전 문제가 다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야당에서만이 아니라 여당에서도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하고요. 그런데 또 이런 문제제기가 나오자 “용산 대통령실이 청와대보다 더 안전하다”라고 대응했단 말이죠.
■ 박성민 / 정신승리죠. 대통령실 모습이 정말 무능하고 좀 암담하다 싶었어요. 굉장히 한심하고요. 지금 국민들이 궁금한 거는 청와대가 더 안전하냐, 용산 대통령실이 더 안전하냐가 아니거든요. 국민의힘도 그렇고 윤석열 정부도 그렇고 뭐 문제만 생기면 다 문재인 대통령 또는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고 싶어하시는데요. 전임 정부 얘기하지 않고 본인들이 마땅히 설명해야 할 것, 또는 반성해야 될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저는 문제라고 봐요. 지금 이 논란의 핵심은 졸속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예견된 리스크가 아니었냐는 거예요. ‘첩보전에 우방이 없다’고 하는데, 그런 점을 너무 간과하고 예상된 리스크를 제대로 방지하지 못한 거죠.
■ 장혜영 / 이제 임기도 1년이 다 돼 가니까….
■ 진행자 / 아직 안 됐어요.
■ 장혜영 / 하여튼 전 정부 탓은 이제 그만 좀 하셨으면 좋겠어요. “청와대보다 대통령실이 안전하다”라는 말이 국민을 안심시키지 않아요.
■ 진행자 / 다른 나라 전례를 보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국빈 방문 예정돼 있어도 취소하기도 하더라고요.
■ 장혜영 / 우리는 이와중에 ‘사장님 선발대’(김태효 제1차장)가 신나게 먼저 가셨잖아요. 저는 쿨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가서 도감청 문제 전혀 이야기하지 않으면 진짜 ‘호구’ 취급당하는 거예요. 야당 탓을 해도 되니까, 야당 등쌀 때문에 그냥 갈 수 없다고 하세요. 더 이상 도청하지 말라는 재발 방지만큼이나, 제발 명확한 사과의 말씀을 들고 오셔야 합니다. 사과는 기본이고 최소한이에요.
■ 박성민 / 국내에 야당이나 언론한테는 화를 잘 내는 대통령실이 외국만 나가면 그렇게 저자세고 그렇게 머리를 조아리고, 뭐만 하면 상대국의 이익을 생각해 주는 외교 전략이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고요. 왜 자꾸 대한민국을 을로 만드시는 겁니까. 우리나라도 선진국이고요, 우리나라도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면서 외교할 수 있는 위치예요. 지난 번에 한일 관계에서도 안보 얘기를 명분으로 많이 내세웠잖아요. 이렇게 결단하는 이유는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서 우리가 견고한 안보 체계를 만들어야 된다’라고 했죠. 제가 그 해명이 납득이 가지 않았던 이유는 그 안보는요, 일본한테도 중요하고 우리나라한테도 중요한 거예요. 그러니까 어느 한쪽이 이렇게 절절 매야 되는 상황이 아니란 말입니다. 어디에 매달리거나 아부하거나 조아려야 되는 상황이 아니라, 대한민국도 마땅히 요구할 것들을 요구하고 협상할 수 있는 동등한 관계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요. 이번에 도감청 문제에 대해서도 이건 명백한 미국 잘못이에요. 그걸 들킨 거예요. 부인하지 못하고 있잖아요.
동맹은 부하가 아니라 동등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견고하게 형성되는 것이잖아요. 정말 우리나라와 미국의 동맹이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저는 당당하게 사과 받고 제대로 설명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진행자 / 정상회담을 취소할 거 같지는 않으니, 2주 뒤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릴 텐데, 이번에 대통령이 이것만은 꼭 해결하고 와야 한다는 게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장혜영 / 솔직한 마음으로는 사고나 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다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래도 우리가 지금 얻어야 되는 절체절명의 과제들이 많이 있죠. 대표적으로 많이 아시는 건 반도체법 관련해 우리 기업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그런 과제를 해결하고 오셔야 되고요. 우리가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카드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과거에 한미FTA 할 때 많은 조항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편의를 들어주면서 협정을 맺었잖아요. 근데 이제 와서 자국의 전략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로 갑자기 확 변한 거잖아요. 그런 부분을 공략해볼 수도 있고요. 반도체법 관련해서는 해결 못하면 오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될 때까지 거기 있던지….
■ 진행자 /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 잡히면 걱정한다고 해요. 겉으로는 말 못 하지만요.
■ 박성민 / 가면 자꾸 사고가 터지고, 나가면 자꾸 논란이 생기고, 드러나지 않았던 일들이 자꾸 드러나고요. 국민을 걱정시키는 대통령이라는 게 정말 참 피곤한 일인 것 같아요. 최근에 일본 측에서 계속해서 만행을 저지르고 있어요. 독도 문제, 교과서 문제 모두 사과는커녕 반성도 안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박진 외교부 장관 말마따나 우리가 채웠다는 물의 반잔은 어디로 갔는가 싶어요.
■ 장혜영 / 잔은 엎어진 것 같습니다.
■ 박성민 / 이 낙관적이고 허술한 외교, 윤석열 정부에는 전문가가 없나 싶어요. IRA(인플레이션방지법) 통과될 때도 보면 외교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거든요. 아마 미국 측에서도 ‘왜 이것을 가지고 협상하려고 들지 않을까’ 한국 정부에 의문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요. 또 이번처럼 미국에 불리한 이슈가 터지면 협상 카드로 잘 활용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이번에는 좀 당당한 외교를 보고 싶습니다.
■ 장혜영 / 최근에 티모시 스나이더라는 미국 역사학자의 〈폭정〉(열린책들, 2017)이라는 책을 다시 봤어요. 부제가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입니다. 민주주의가 실은 굉장히 허약한 체제죠. 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라도 너무 쉽게 무너질 수 있고요. 이 책의 1번 교훈이 뭐냐면, ‘미리 복종하지 마라’입니다. 그러니까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어떻게 휘둘러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휘두르는 게 아니거든요. 권력자에게 알아서 복종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짓들을 보면서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를 계속 실험하는 거예요. 거기서 역사의 비극이 시작되는 거고요. 국제관계에 동맹도 있고 우방도 있지만, 모든 주권 국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국익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입니다. 미국과 우리가 동맹이지만 미리 복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장일호 기자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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