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지키고 야당 때린다? 대통령실의 외신 보도 대처법
野 “국익 증진 못 하고 국내로만 화살” 비판…與에서도 우려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지난 한‧일 정상회담부터 이번 미국의 도청 의혹까지, 외신 보도로 촉발된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이 해명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보도 내용을 부인하는 과정에서 한‧미‧일 동맹을 강조하고 비판의 화살을 야당에 겨누는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사안의 '본질'에 대한 구체적 설명 없이 '여파'에만 초점을 맞춘 대통령실의 대응이 되레 정치권의 공방을 키우고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11일 "(도청 내용이 담긴) 해당 문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한‧미 간 견해가 일치했다"며 "굳건한 '한·미 정보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미국을 향한 별도의 항의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 이전 문제를 지적하는 야당을 향해 "외교 자해행위"라며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은 진위 여부를 가릴 생각도 없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도·감청이 이뤄졌다는 식의 허위 네거티브 의혹을 제기해 국민을 선동하기 급급하다"며 이에 대해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사안의 본질인 미국의 도청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반면, 이에 대한 야당의 문제 제기엔 강력한 유감을 표한 것이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은 이를 점검하고 수습에 힘쓰겠다는 답 대신 괴담, 자해행위로 몰아가며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고 반격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이) 아무 설명 없이 정치적 공세만 퍼붓고 있다"며 "이러니 국민이 더 분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의 이번 대응은 한‧일 정상회담 전후 일본과 관련한 여러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달 19일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성과를 둘러싸고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야당이 해야 하는 역할"이라면서도 "큰 판을 읽지 모하고 지엽적인 문제를 지적하거나, 과도한 정치적 쟁점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에서 국익과 미래세대 이익을 위해 비판을 한다면 좀 더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야당을 겨냥하는 메시지를 쏟아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달 21일 국무회의에서 23분 동안 한‧일 관계와 관련해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 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며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일본 외신을 통해 전해진 독도 영유권,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으로 일관했다. 일본 보도로 인해 국내 여론이 들썩이는 상황에서도 대통령실은 "정상 간 대화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대통령실의 대응을 두고 야권에선 외교를 정쟁화하는 건 오히려 대통령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출신 윤재관 민주당 부의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실의 대응은 국익 증진은 없고 야당과 국민을 공격하는 정치 프레임만 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부의장은 "외교의 목적은 결국 국익을 증진하기 위함인데 대통령실은 논란이 터질 때마다 국내 정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며 "해야 할 말을 해야 할 대상에게 하지 않고, 오히려 이에 우려하는 국민과 야당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으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논란에 대해 대응을 하면 할수록 사안이 정리되기보다 더욱 꼬이는 느낌을 준다"며 "외교 동맹도 중요하지만 밖에다가는 말 못 하고 안에서만 호통을 치는 모습이 반복되면 여론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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