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 논란…"광주 정신과 관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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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가 올해 제정하고 처음으로 시상한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예술상)'이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따라서 박서보 개인의 이름을 딴 예술상을 제정하는 것은 '광주 정신' 위에 세워진 광주비엔날레의 위상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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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가 올해 제정하고 처음으로 시상한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예술상)’이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미술계 일각에서 예술상이 광주비엔날레의 정신과 동떨어져 있다면서 상의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서보 화백의 행보와 작품활동이 민주화 운동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다.
박서보 예술상은 박서보(92) 화백이 후진 양성을 위해 기탁한 재원으로 세워진 ‘기지재단’의 제안으로 제정됐다. 기지재단이 시상금 100만 달러를 후원하고 광주비엔날레는 2042년까지 대회마다 상을 시상할 예정이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0만 달러를 수여한다. 박 화백은 1970년대부터 캔버스에 유백색 밑칠을 하고 마르기 전에 연필로 반복되는 선을 긋는 이른바 묘법으로 불리는 작업 방식으로 독특한 단색화 세계를 구축해 온 화가다.
하지만 지난 6일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에서 광주 비엔날레 개막식이 진행되는 도중에 기습시위가 벌어지면서 상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예술상을 철폐하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부했다. 현수막을 펼치려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유인물에는 박 화백은 민주화 운동에 침묵한 작가이며 1970, 1980년대에 출세한 철저한 심미적 모더니즘 미술가라는 취지의 주장이 담겼다. 따라서 박서보 개인의 이름을 딴 예술상을 제정하는 것은 ‘광주 정신’ 위에 세워진 광주비엔날레의 위상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후 11일에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에서 예술상 폐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결국 광주비엔날레는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예술상은 순수하게 후배 예술가들을 응원하기 위해 제정된 상임을 다시 한번 그 취지를 밝힌다”며 “향후 다른 기관에서도 미술계 발전을 위한 후원 의사를 밝힌다면 그에 걸맞은 다양한 시상이나 작가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계에서는 대체로 치열한 민주화 운동이 벌어졌던 광주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예술상을 제정하기 전 지역사회에서 합의가 충분히 이뤄졌어야 했다’는 입장이 많았다. 홍경한 미술비평가는 “박서보 화백은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한 작가로 사회적 맥락 속에서의 예술을 한 작가가 아니다”라면서 "그와 5월 정신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베니스비엔날레도 황금사자상을 주지만 상에 사람 이름을 붙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정준모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공동대표는 “박서보가 모더니스트여서 안 된다는 말은 미술계에서 진영 싸움을 벌일 때 쓰는 표현”이라면서도 “박서보 선생님의 상은 (광주가 아니더라도) 이 상을 주겠다는 곳도 많다. 광주비엔날레가 고민 없이 상을 주겠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비엔날레 관계자는 “2042년 이후에도 예술상을 그대로 운영할 것인지는 아직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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