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릴까 내릴까 불안한 증시…증권가 "가치주 사야 할 때"
미국 CPI(소비자물가) 발표를 앞두고 국내 증시는 관망하는 흐름이 짙었다. 미국의 물가 수준에 따라 향후 긴축 강도와 금리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가치주 위주의 보수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78포인트(0.11%) 오른 2550.64에 거래를 마쳤다. 장 중 0.53%까지 상승폭을 확대했지만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 상승분을 일부 반납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외국인은 2128억원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912억원, 1437억원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3.2%, 이하 전일 대비 상승률), LG화학(-3.8%), SK이노베이션(-4.8%), 포스코퓨처엠(-2.1%) 등 최근 급등했던 종목들의 낙폭이 컸다. 반면 현대차(3.1%), 기아(1.2%), 현대모비스(4.9%) 등 자동차 업종은 현대차그룹의 24조원 투자 기대감에 상승폭을 키웠다.
코스닥 지수는 전일 대비 8.32포인트(0.93%) 떨어진 890.62에 마감했다.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183억원, 662억원 순매수했고 기관은 1154억원 순매도했다.
에코프로는 이날 하나증권에서 '매도'(Reduse) 의견을 내면서 전일 대비 12만9000원(16.7%) 급락한 64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이날 하이투자증권과 교보증권에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고 전날에는 BNK투자증권이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전일 대비 1만8500원(6.2%) 하락한 27만6000원을 기록했다.
반대로 셀트리온헬스케어(12.8%), HLB(3.4%), 셀트리온제약(7.4%), 알테오젠(2.1%), 케어젠(8%), 삼천당제약(10.7%) 등 헬스케어 업종은 강세를 보였다. 수급이 2차전지에서 헬스케어 업종으로 옮겨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2원 오른 1325.7원에 마감하면서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졌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9시30분 발표될 예정인 미국의 3월 CPI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며 전반적으로 관망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클리브랜드 연방준비은행 전망치에 따르면 미국의 3월 CPI 전년 대비 상승률은 5.2%로 전월 6% 대비 하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근원 물가 예상치는 5.6%로 전월 상승률(5.5%)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은 혼란스런 상황이다. 물가 수준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결정과 긴축 강도는 달라진다. 물가 하락세가 이어지더라도 근원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올해 금리 인하 기대감은 멀어질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3월 CPI 발표를 앞두고 경계심리가 유입됐다"며 "근원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의 후퇴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는 것도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4월호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5%로 1월 전망(1.7%)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내년 성장률 전망 역시 1월 대비 0.2%포인트 하향 조정된 2.4%로 제시됐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7%에서 지난 2월 1.6%로 하향한데 이어 추가 하향 가능성도 열어뒀다.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회견에서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 침체와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부채 부담과 부동산 시장 침체 역시 경기둔화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증권가에서는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변동성이 큰 성장주보다 안정적인 가치주 위주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아직 실물 경제가 크게 약해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미국 경기 불황기에 성과가 양호했던 업종에 관심을 높여야 할 때"라며 "미국 경기 불황기에는 코스닥 보다는 코스피, 소형 보다는 대형, 성장보다는 가치가 좋은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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