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힐튼 일부 보존-재산권 행사 동시 가능…서울시 결단 필요"
이지스·현대건설, 전면 철거 추진…전후 한국 1세대 건축가 설계 가치 두고 논란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지난해 말 영업을 종료한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의 철거 문제와 관련해 설계자인 건축가 김종성(88) 서울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명예대표가 입을 열었다. 그는 "정부당국의 조치만 있으면 개발업체의 이익 창출과 재산권 행사를 해치지 않으면서 호텔의 일부 문화적 가치가 있는 부분을 보존할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12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화예술 전문 온라인미디어 '컬처램프'가 마련한 '건축가 김종성과의 만남:힐튼호텔 철거와 보존 사이' 행사에서 40년 만에 철거를 앞둔 힐튼호텔의 미래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남산 힐튼호텔이란 이름으로 익숙한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1983년 준공 이래 1987년 노태우 민정당 대통령 후보 지명, 1997년 김대중-김종필 'DJP연합' 등 한국 정치사의 굵직한 협상 무대로 자리를 지켜왔다. 남산뷰가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꼽히기도 했다.
대우그룹 의뢰로 1979년부터 김 대표가 설계, 10년 앞서 문 연 고(故) 김수근 건축가의 타워호텔(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전신)을 시작으로 들어선 서울 주요 호텔 중 하나로 명성을 누렸다.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무너지며 싱가포르 투자회사 CDL에 매각돼 운영돼다 결국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과 현대건설에 팔렸다.
이지스와 현대건설은 호텔 건물을 모두 허물고 2027년까지 오피스 및 상업시설을 건립하는 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고 김수근 건축가 등과 함께 전후 한국의 1세대 건축가로 통하는 김 대표의 힐튼 흔적 보존 여부가 건축계와 시민사회계의 관심으로 떠오르며 논란이 일고 있다.
김 대표는 "보존이란 게 잘못하면 재산권 행사를 못 하게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 있는데, 보존이 다 보존하자는 뜻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운을 뗀 뒤, "로비의 브론즈 구조재와 바닥, 벽, 녹대리석 등 아트리움 일부를 살리는 대신 한양성곽이 복원되는 지점 새로 개발하는 면적의 높이 제한을 현 90m에서 108m로 완화해주는 걸 제안드리고 싶다"고 했다.
문화재당국과 서울시당국이 개발업체의 이익 창출을 돕는 방식으로 힐튼의 주요 건축물을 보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변 양동지구와 묶어 오피스텔 등 주거용도 규제를 좀 더 완화시켜주는 방안도 언급했다. 그는 "부지 용적률도 현재 부지에 국한해 800%로 끊지 말고 공중권을 활용할 수 있는 조치도 해줄 수 있다"면서 "서울역 앞 전면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 생기는 공원부지와 서울스퀘어를 현 힐튼 부지까지 연결시키는 것도 행정지도를 통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삼일빌딩' 리모델링 존치 택한 SK디앤디·벤탈그린오크
이날 좌담회에선 중견 건축가들이 힐튼호텔의 역사적 가치와 건축사적 가치를 들어 하나의 자산으로 보존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이서 전 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힐튼의) 존재가치가 생기는 시점은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나고 100년쯤 됐을 때 '당시 이런 건물이 있었다'고 만져보고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한국인의 자긍심인데 서울시는 그런 것들을 쉽게 버려온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근대문화유산가치 계승을 기치로 결국 리모델링 존치를 택한 청계천 삼일빌딩을 들어, "두 건물은 건축적 완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삼일빌딩 역시 한국 건축가 1세대로 꼽히는 건축가 고(故) 김중업씨가 설계, 1970년대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해온 지상 31층 규모 빌딩이다. SK디앤디와 벤탈그린오크가 인수했지만 리모델링 존치를 택했다.
홍재승 플랫/폼 아키텍츠 소장은 "힐튼호텔은 기존 건축과 조화, 시대변화로 단순 오브제가 아니고 양동지구, 서울로와 연계성을 적극 활용해 도시적 측면과 실제 건물이 가진 헤리티지(유산)적 가치가 부합되면 비즈니스적 측면으로도 연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좌담회는 우대성 우연히 프로젝트 대표가 진행, 지정우 EUS+ Architects 공동대표, 오호근 디엠피 대표를 포함한 총 4명의 중견 건축가가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밖에 천의영 한국건축가협회 회장과 임형남 새건축사협의회 회장을 비롯해 서상우 국민대 명예교수, 김정희 서울대 명예교수 등 건축계 원로와 현역 건축가들, 건축과 교수 및 학생 등 170여 명이 참석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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