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혼다, 1분기 판매량 먹구름…"전략 재고 필요"
(지디넷코리아=김재성 기자)혼다코리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신차 5종을 출시하고 온라인 판매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같은 일본 브랜드인 토요타와 대비되는 행보에 전략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1분기 누적 승용차 판매량이 301대로 전년 대비 절반도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일본 브랜드인 한국토요타는 같은 기간 동안 렉서스코리아와 토요타코리아 합산 판매량 5천대를 넘어서면서 일본차 불매운동 이전 실적으로 회복세에 들어갔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혼다의 위세는 줄어들고 있다. 올해 2월까지의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에 따르면 혼다는 기존 판매량 3위에서 현대자동차에게 추월 당해 4위로 밀려났다. 판매량을 점차 높여가는 5위 기아에게 쫓기는 모양새다.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4% 감소한 48만7천812대다.
혼다의 판매량은 전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주요 요인으로는 반도체 수급으로 인한 재고 부족, 온라인 판매 도입과 가격 정찰제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늦은 대응도 실적 부진의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조사 전문기관 콕스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에 따르면 혼다는 지난해 12월 17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4분기는 6분기 연속 매출 감소세를 보였다. 콕스오토모티브는 혼다의 차량 재고는 미국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혼다코리아는 전면 온라인 판매로 실적 부진 해소를 위한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계획이다. 테슬라, 폴스타 등 전기차 브랜드와 같이 온라인 단일 판매 전략으로 판매량 회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은 가격정찰제로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미 혼다는 호주에서 차량 온라인 판매와 가격정찰제로 급격하게 매출이 떨어진 바 있다. 호주에서 혼다 판매량을 보면 2020년 2만9천대로 시장 점유율 2.7%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7월 가격정찰제를 시행하면서 1만7천562대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만4천215대로 점유율 1.3%를 기록했다. 호주에서 판매되는 신차 100대 중 2대 미만까지 떨어진 셈이다.
당시 혼다는 온라인 판매를 본격 시행하면서 전시장을 줄이는 등 전략 변화에 나섰다. 고객 접점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호주의 자동차 전문 매체 드라이브는 혼다의 온라인 전환과 가격정찰제 시행으로 딜러사가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가 신년 사업전략 발표에서 "호주에서 잘 정착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를 보인것이다.
국내에서도 차량 판매는 전적으로 딜러사의 역량에 달려있다. 특히 완성차 기업은 이미지가 중요하다. 지난 반일 불매 기간에도 고객 경험을 강화했던 토요타는 판매실적 호조세로 돌아선 것이 대표적이다.
렉서스의 판매량 증진에는 고객 접점 확대도 크다. 렉서스코리아는 지난 2월과 3월 매달 1천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 렉서스코리아가 운영하는 잠실 롯데월드몰 소재의 렉서스 복합문화공간 커넥트투는 일일 평균 방문자 1천300명대로 누적 방문객 280만명을 기록했다. 실물 차량을 직접 보고 구매까지 이어지는 것이 판매량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동화 전환에도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월 혼다코리아는 신년 사업전략으로 신차 5종 라인업을 발표했다. 다만 전기차 모델에 대한 출시 계획은 2026년으로 미뤄졌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점차 커지는 상황과 상반되는 전략을 펼친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침체가 예상되는 만큼 온라인 판매와 가격 정찰제가 혼다코리아의 묘수가 될지, 아니면 악수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준 금리가 높아지는 점과 자동차 구매 예약 취소가 늘어난 것이 연관성 있다”며 “부동산과 같이 자동차도 대출로 사는 재산인 만큼 일반 소비자들이 금리에 따라 구매 취소의향을 내비치는 것은 경기침체가 다가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슬라도 가격 인하를 상시로 하는 상황에서 가격 정찰제는 좋은 전략일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김재성 기자(sorrykim@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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