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반년, 기약 없는 ‘특별법’…여당의 답변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오늘(12일) 다시 한번 국회를 찾았습니다.
지난 3일 국민동의청원에서 상임위원회 회부 기준인 5만 명의 동의를 받은 '10·29 이태원참사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 ▶청원내용 보기)
유가족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野) 3당 의원들은 조속한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습니다.
이들이 준비 중인 법안에는 유가족들의 요청대로 ▲독립적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피해구제심의위원회 구성, ▲추모사업과 재단 설립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습니다. 유가족들은 국민의힘 지도부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 여당 무관심 속 '특별법 제정' 지지부진…"159명 공동발의 해달라"
지난 1월 13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놨고, 같은 달 17일엔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55일간의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아직도 남은 의문이 '450여 가지'나 된다며, '독립적 조사기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10·29이태원참사의 발생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 참사 전반에 걸친 사실 관계와 책임 소재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지속적 추모를 위한 추모사업, 피해자들의 회복을 위한 간병비 및 심리지원 등 각종 지원 등을 실시하여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함."
-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 中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온 셈인데, 조사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은 여당의 무관심 속에 참사 발생 반년이 되어가도록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오늘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만난 자리에서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여야가 법안에 합의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지만, 이 특별법을 다른 법처럼 밀어붙일 수는 없다"며 "법이 통과되어도 정부가 집행 의지가 없으면 곤란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조금 늦게 가더라도 여당을 설득하면서 가야 한다"며 "결국 법안 통과보다는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안 마련을 주도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민주당이 이번 법안을) 당론으로 만들면 국민의힘과의 대화가 오히려 경색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당론 채택을 추진해 여당과의 대치 전선을 만들기보단, 개별 의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으로 발의를 준비해보겠다는 겁니다.
김덕진 시민대책회의 대외협력팀장은 오늘 간담회에서 "(이번 법안에) 현재 의원 51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는데, 최소한 희생자 수인 159명의 공동발의는 이뤄져야 하지 않느냐"며 "저희도 노력하고 의원님들도 함께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 분향소 놓고도 갈등…유가족 "서울시는 가해자의 한 축"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유가족협의회에 '합동분향소' 운영에 대한 변상금 2,899만여 원을 내라고 통보했습니다.
유가족 측은 즉각 "부당하다"며 반발했지만, 서울시는 "변상금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현재 분향소가 무단으로 점유한 부지의 개별 공시지가와 점유 면적, 점유 기간 등을 고려해 산출한 결과"라고 맞섰습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오늘 간담회 뒤 "분향소는 행정기관의 잘못된 부재로 인해 발생한 참사의 원인과 그 이후의 대책을 국민한테 알리고, 이런 참사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끔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가 분향소를 철수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때는 이런 부분들이 완전하게 해소됐다고 인지가 될 때"라며 "서울시는 '가해자의 한 축'으로서 우리 피해자한테 (분향소를) 철거해라, 마라 요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진실의 별' 가슴에 단 야 3당…다음 주 특별법 발의
오늘 간담회에서 유가족들은 야 3당 의원들의 가슴에 '진실의 별'을 직접 달아줬습니다. 희생자를 상징하는 보라색과 핼러윈 축제를 상징하는 주황색이 활용됐고, 별의 네 갈래는 이번 참사의 피해자인 희생자·유가족· 생존자·공적 구조자를 뜻한다고 합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오늘 간담회에서 "특별법을 꼭 발의해 조사기구를 만들어서 (의문이 남는 사항들을) 충분히 조사하고 잘못된 사람들은 벌 받을 수 있게끔 해주십사 하고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거듭 호소했습니다.
야 3당은 다음 주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간담회를 거친 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가급적 여야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여당의 답변입니다. 유가족들의 호소, 그리고 국민 5만 명의 요청은 답을 들을 수 있을까요?
최유경 기자 (60@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우크라이나 전쟁에 귀한 몸된 ‘155mm 포탄’…주목받는 ‘한국’
- “이재명은 위험인물인가요?”…허 찔린 이재명의 답은?
- [현장영상] ‘폭격 맞은 듯 뼈대만’…하늘에서 본 경포 펜션단지
- ‘불의 고리’ 러 화산 3개 잇단 분출…“60년 만의 강력한 화산재”
- 달 탐사선 다누리가 보내온 ‘달의 뒷모습’
- 여자친구 살해 뒤 시신 야산에 유기한 20대 남성 입건
- [영상] 아베 축하선물 ‘금장 골프채’ 트럼프 “반납할 것”…왜?
- [절대극비]② ‘500명이 수장된 제주 바다’…그날의 목격자들
- [영상채록 5·18] “오월 광주엔 민주경찰 있었다”…아들 안호재가 말하는 故안병하 치안감
- 한국대사관에서 ‘송끄란’ 영상을 만들어 올렸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