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만 보고 부지 선정하면 수년 허비할수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위해 북미 진출 투자를 고려할 때에는 제품의 유형, 원재료 비중, 물류비, 제품 수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 전략을 짜야 합니다. 인센티브나 인접성만 보고 부지를 선정할 경우 예상보다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12일 서울 여의도 신한투자증권 본사에서 매일경제 후원으로 열린 ‘IRA 투자설명회’에서는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 80여곳에서 3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당초 설명회는 실무진 50여명을 대상으로 기획됐다. 참석 요청이 몰리면서 200여명으로 확대됐다가, 수요가 더 몰리며 이날까지 재차 확대됐다.
사실상 완제품을 공급하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대기업부터 소재•부품 기업까지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 대부분이 참여한 셈이다. 북미 시장 진출에 대한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뜨거운 관심이 여실히 드러났다. 김준태 신한투자증권 GIB2그룹 대표는 “2차전지 산업은 세계 경제 둔화에도 유일하게 성장이 기대된다”며 “특히 미국 IRA 법안에 따라 북미 진출에 대한 관심 열기 뜨거워 실무 노하우 얻기 위한 기업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설명회는 실제 기업 실무진이 미국 진출 투자를 검토할 때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 북미 진출 결정부터 자금조달, 부지선정 및 인허가, 인센티브까지 전 과정에서 필요한 노하우를 전달했다. 특히 미국 테네시, 조지아, 오하이오 등 K-배터리 밸트를 구성하는 주 정부 한국사무소 대표들까지 참석하며 현지 진출 시 고려해야 할 사항과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요건 등을 조언했다.
송규호 신한투자증권 수석매니저는 상당수의 기업들에게 북미 진출이 필수가 됐다고 진단했다. IRA로 북미 배터리 시장이 유럽과 중국을 능가하는 규모로 고성장하고, 2025년 이후 보조금을 받기 위한 적용 조건이 강화되는 등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의도가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송 수석은 “북미 2차전지 시장은 아직 전기차 침투율이 5%에 불과해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데다 유럽이나 중국과 달리 중대형 차량을 선호하는 만큼 차량 당 배터리 용량면에서 1.5배 정도 차이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완제품인 배터리뿐 아니라 북미시장 선점이 가능한 분리막, 폐배터리 수출입 통제 문제가 있는 재활용 등은 현지 진출이 필수”라며 “양극재의 경우도 원재료 비중이 높아 미국 FTA 체결국 중심으로 공급망 확보가 필수가 됐고, 전해액과 전해질 등도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현지 진출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인센티브나 인접성 등 요소만 보고 북미 진출에 투자를 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글로벌 환경 컨설팅 기업 ERM의 문병철 파트너는 대기 인허가와 부지 내 습지의 유무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을 경우 수년의 시간과 막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 파트너는 “대기 인허가를 ‘메이저’ 등급으로 받을 경우 최소 1년 반 정도 착공 조차 못 하고 기다려야 할 수 있어 보일러 용량이나 주요 유해 물질들의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부지 내 습지가 있을 경우 습지평가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거나, 공장 설립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첫 단계부터 다방면에서 인허가 리스크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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