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마스크 다시 꺼냈어요”···‘최악’ 미세먼지에 시민들 노심초사
야외활동 포기, 약속 취소도 줄이어
외출땐 마스크 필수 “이러다 여름까지”
“목이 너무 칼칼해서 안 되겠더라고요.”
서울 영등포구의 한 공원 벤치에서 유진형씨(27)가 새로 산 마스크 봉투를 뜯으며 말했다. 유씨는 실내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지난달 20일부터 3년간 동고동락했던 마스크를 벗었다. 마스크를 벗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해방감을 느낀 것도 잠시였다. 길을 걷다 마주한 미세먼지의 ‘습격’에 유씨는 결국 편의점에서 마스크를 샀다. 그는 “황사가 이렇게 심할 줄 알았으면 집에 남아있는 마스크를 가져올 걸 그랬다”고 했다.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을 보인 12일 시민들은 벗었던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거나 아예 야외활동을 취소했다. 어린이집 교사나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은 미세먼지가 아이들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서울 광진구 지하철 5호선 아차산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재민씨(31)는 “조금씩 마스크 벗고 다니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썼다 벗었다 하다 보면 결국 여름까지는 쭉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등산객 이모씨(56)는 “날씨가 화창한 것 같았는데 산에 올라 보니까 건물들이 다 뿌연 덩어리처럼 보였다”며 “날씨가 좀 따뜻해진다 싶으면 미세먼지가 심하니 야외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을 찾기가 힘들다”고 했다.
짙은 미세먼지 농도에 시민들은 약속을 취소하고 실내활동을 택하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만난 이모씨(25)는 “원래 한강에 따릉이를 타려고 나왔는데 걸어만 다녀도 눈이 아프고 목에 가래가 끼는 느낌이라 카페에 들어가서 있을 생각”이라고 했다. 대학생 성모씨(25)도 “저녁에 친구들이랑 운동하려고 했는데 미세먼지 소식을 듣고 취소했다”며 “봄철만 되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어린이집 등 영유아 시설들은 야외활동을 취소하고 내부 환기시스템을 최대로 가동했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보육교사 김주연씨(47)는 “평소 매일 근처 놀이터 등으로 야외활동을 나가는데 오늘은 미세먼지 농도를 보고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해 실내에서 대체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린이집 원장 전모씨(46)도 “창문을 열지 않는 대신 공기청정기를 최고단계로 틀어놓고 있다. 수시로 바닥과 창문을 물걸레로 닦으면서 조금이라도 먼지의 영향을 줄이려고 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에는 ‘오늘은 공기가 너무 안 좋아서 나갈 수가 없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면 ‘그러면 언제 나갈 수 있어요’라고 되묻기도 한다”면서 “한창 밖에서 뛰어놀고 싶을 나이인데 나가 놀지 못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들은 미세먼지가 자녀들에게 끼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초등학생과 고교생 자녀를 둔 홍모씨(49)는 “애들이 엊저녁부터 눈이 아프다고 그러고 기침 때문에 계속 켁켁거렸다”며 “학교 갈 때나 야외활동을 할 때 황사가 심하니까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라고 해도 답답하다면서 잘 안 쓴다. 오늘은 ‘날씨가 엄청 뿌옇다’고 당부를 해놨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다수인 한 온라인 육아카페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이렇게 미세먼지 심한 날에는 실내활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누리꾼은 “천식이 있는데 오늘같은 날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켜도 되는 거냐”라고 물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올들어 ‘최악’인 미세먼지 상황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트위터에서 한 누리꾼은 “날씨가 화창해서 무슨 미세먼지인가 싶었는데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니까 옷에서 먼지 냄새가 풀풀났다”고 했다. 또 “실시간으로 먼지가 쌓이는 게 눈에 보인다” “이런 날씨가 계속된다면 방독면을 사야 할 것 같다” “날씨가 이렇게 화창한데 미세먼지가 심하다니 안 믿긴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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