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코오롱 투자한 카프로, 5년 적자 3000억원… 증시도 퇴출 위기
감사 의견 ‘한정’으로 관리종목 지정
노조 “권용대 대표, 방만 경영 책임져야”
나일론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카프로가 수익성 악화로 경영난에 처했다. 생산공장이 가동을 멈춘 가운데 최대주주도 주식을 잇달아 매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유가증권 시장 관리종목에 이름을 올리면서 증시 퇴출 위기까지 불거졌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카프로는 지난해 18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지난 2018년 이후 5년간 카프로 누적 적자는 3304억원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100억원), 2019년(-828억원), 2020년(-614억원), 2021년(20억원), 2020년(-1862억원) 등이다.
카프로락탐은 의류, 타이어코드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나일론 섬유와 자동차·기계부품 등의 나일론 수지 원료로 쓰인다. 국내에서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업체는 카프로뿐이다. 연간 생산량은 약 27만톤으로 국내 총수요의 83.6%를 카프로가 공급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효성티앤씨, 롯데케미칼, 태광산업이다.
그동안 카프로는 국내 카프로락탐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에 있었지만, 중국업체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실적 부진이 본격화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로 화학 산업의 업황이 좋지 못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카프로는 울산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보수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생산 재개 예정일은 오는 6월 30일이다. 원재료를 사 와서 가동한 뒤 판매하는 사업 구조인데,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투자비를 판매비로 메우기 어려운 상황이 된 탓이다. 불어나는 적자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인 셈이다.
회사에 악재가 겹치는 가운데 지분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공장 가동 중단 전후로 최대주주이자 고객사인 효성티앤씨는 카프로 지분을 잇달아 매도했다. 지난해 말 12.75%였던 효성티앤씨 지분율은 지난 3월 말 7.37%로 감소하며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줬다. 그나마 남아있던 지분마저 재차 매각해 전날 기준 효성티앤씨 지분율은 2%대로 급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현재 카프로 지분 약 10%를 들고 있다. 아직까지 지분을 매도하진 않았지만, 효성티앤씨가 지분을 정리하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올해 1월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참여’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한때 카프로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던 코오롱과 효성이 이제는 앞다퉈 카프로를 떠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효성티앤씨는 카프로 제품이 중국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주식 보유 목적을 변경하고 지분 정리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경우 카프로락탐이 필요한 나일론 생산 자체를 중단한 상태로, 효성과 비슷한 이유로 보유 목적을 변경했다.
카프로는 지난달 감사의견 ‘비적정’을 받아 관리종목에 지정되며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회계법인은 기업의 재무제표가 회사의 재무나 경영 상황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대한 의견을 제출한다. 감사의견은 적정과 비적정 의견으로 나뉘고, 비적정 의견은 다시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로 분류한다.
카프로는 감사 범위 제한으로 비적정 의견 중 ‘한정’을 받았는데, 회계법인이 기업을 감사하는데 회사가 제공한 재무자료가 충분하거나 적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카프로 같은 유가증권 시장 상장사는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2년 연속 받으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카프로 노동조합은 최고경영자(CEO)의 방만 경영이 회사를 사지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권용대 카프로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2018년 취임해 올해로 5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권 대표가 사업 수익성 악화를 방치한 것이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고, 결국 최대 매출처이자 주주였던 효성티앤씨가 떠났다는 것이다. 노조는 권 사장의 퇴진 운동에 나서는 한편, 법적 대응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권 대표는 코오롱 출신으로 2014년 부사장으로 카프로에 처음 합류했다. 노조는 권 사장의 경영 실패 등을 이유로 제시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권 대표는 카프로 경영 위기를 초래했고, 경영 개선 의지와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며 “적절한 경영 판단을 통해 회사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할 책임을 해태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프로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 “(노조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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