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알뜰폰, 금융위서 정식 승인… 은행 非금융사업 ‘물꼬’
KB국민은행 다음 과제는 중소 알뜰폰 업계와 상생
다른 은행들도 알뜰폰 시장 직접 진출 전망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리브엠·Liiv M)이 정식 서비스 인가를 받으면서 알뜰폰 사업이 금융권의 신(新)사업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은행권은 이를 계기로 다양한 비은행 사업에 진출할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정례회의에서 리브엠 등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하는 내용의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의결 안건을 심의했다. 이날 금융위는 은행법 제27조의2에 따라 은행이 부수업무로서 간편하고 저렴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통신요금제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국민은행은 현행법상 통신업을 부수 업무로 할 수 없자, 4년 전인 지난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로 KB리브엠을 시작했다. 이후 국민은행은 2021년 서비스 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고, 특례기간이 오는 16일 만료되자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 업무로 지정할 것을 금융위에 요청했다.
금융위는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소위원회에서 KB리브엠의 정식 승인 여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지난 4일 전체 회의에 안건을 올렸다. 금융위는 규제 개선의 필요성, 그간 운영결과, 금융시장·질서의 안정성 및 소비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심사해 규제 개선 요청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가 금융사의 비이자이익을 확대할 방안인 데다가 과점인 통신 시장에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은행이 앞으로 간편하고 저렴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를 부수업무로 신고할 경우, 금융위는 부수업무 공고를 통해 법령 등을 정비할 예정이다. 정비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최대 1년 6개월) 알뜰폰 서비스의 지정기간은 만료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서비스를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다.
국민은행의 다음 과제는 대립각을 이어가고 있는 일부 통신사와 중소 알뜰폰 업계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다. 통신 3사 대리점을 회원사로 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리브엠은 출범한 뒤 혁신 서비스는 보여주지 못하고, 원가 이하 요금제에 의존해 사업을 하고 있다”며 “알뜰폰 사업이 은행 부수 업무로 지정되면 중소 이동통신사 및 유통 관련 소상공인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알뜰폰 전용 할인 카드 출시, KB국민인증서 제공 등 다양한 상생 방안을 마련해 소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리브엠은 은행 알뜰폰이 부수 업무로 정식 승인되면 중소 알뜰폰에 유리한 가격 경쟁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금 하한선을 두는 방안 등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통신 시장의 메기 역할을 수행해 알뜰폰에 대한 소비자 인식 제고에 기여해 왔다”며 “소비자의 통신비 절감과 수준 높은 서비스 제공이 타 사업자의 이익 보전보다 우선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선 KB리브엠이 은행업 부수 업무로 정식 승인을 받으면 다른 은행도 본격적으로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초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고, 신한은행도 KT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지난해 알뜰폰 요금제를 내놨다. 알뜰폰 통신사와 제휴한 간접적인 방식인데, 앞으론 직접 진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토스는 올해부터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다.
은행들이 잇달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배경엔 고객이 있다. 금융과 통신 융합서비스를 강화해 더 많은 고객을 은행에 묶는 락인(Lock-in)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또 실생활과 밀접한 통신 데이터를 확보해 신용평가모형을 개선할 수 있고, 미처 확보하지 못했던 ‘씬 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부족자)’를 새로운 고객으로 맞이할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이 추진하는 비은행 사업 중에서 그나마 눈에 띄는 게 국민은행의 리브엠과 신한은행의 배달 대행 플랫폼 ‘땡겨요’다”라면서 “이번에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은행의 부수업무로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서 은행 사이에선 더 다양한 비은행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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