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났는데 운전중?...수면제 '졸피뎀'의 부작용은?
최근 불면증 치료 약물인 졸피뎀(Zolpidem)을 과다복용한 운전자가 끔찍한 역주행 사고를 내는가 하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 유명 배우가 졸피뎀을 과다 투약한 정황이 포착되는 등, 졸피뎀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의 졸피뎀 국내 소비량은 상위권...처방량 계속 증가해
졸피뎀은 불면증 단기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뇌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작용을 강화해 진정 및 수면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용 후 15분 이내에 수면 작용이 나타날 정도로 효과가 강력하며, 반감기(2시간)가 다른 약물(평균 1~12시간)과 비교해 짧다. 이에 더해, 항경련작용이나 근이완작용 등이 적으며 몸에서 쉽게 배출된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효과적이며 안전하다'라는 평가와 함께 매년 국내에서 적어도 1억 정 이상 처방된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면제 처방의 65%가 졸피뎀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 세계 6~7위에 해당하는 소비량이다.
졸피뎀의 국내 소비량은 이미 세계 상위권 수준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판매량이 더욱 급증하고 있다. 약품 조사기관인 유비스트의 의약품 처방 실적에 따르면, 졸피뎀의 상반기 처방액은 2018년 90억 3,000만 원, 2019년 93억 3,000만 원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특히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었던 2020년에는 98억 5,000만 원으로 전년보다 3.3%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불면증 환자 급증'과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로 늘어난 졸피뎀과 같은 마약성 의약품 처방량'을 지목했다. 참고로 비대면 진료로 인한 마약성 의약품 처방량이 늘어나자 보건복지부에서는 2021년 11월 2일부터 졸피뎀을 포함한 마약류·오남용 우려가 있는 의약품 등 특정의약품의 처방을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졸피뎀의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오남용과 과다처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하는 '부적정 처방·투약 행위 오남용 의심사례' 통계를 살펴보면, 2020년 1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기준을 벗어나 처방된 마약류 의약품 중 졸피뎀이 47.14%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효과적이고 안전하지만, 오남용하면 심각한 부작용 유발하기도
졸피뎀은 가장 안정적인 수면제로 알려져 있으나, 복용 후 전날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어지러움, 두통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심하면 몽유병 증상이나 수면 운전 같은 이상행동, 졸음, 환각, 선행성 건망증과 같은 인지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선행성 건망증은 전향성 기억상실증이라고도 불리며, 대뇌의 해마가 손상되어 새로 겪는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질환을 말한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는 2019년 "졸피뎀이 몽유병과 수면 운전을 유발한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부작용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지만 단 한 번만 발생해도 인명 피해가 나올 수 있으므로, 한 번이라도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라면 의사와 상의해 투약을 중지해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졸피뎀을 과복용하면 운동 기능과 반응 속도를 감소시켜 골절, 낙상 등의 위험이 증가한다. 의사와의 상담 없이 임의로 투약을 중단할 경우에는 반동성 불면증, 비현실감, 간질성 발작, 근육통, 극도의 불안, 흥분성 등의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노령층이 졸피뎀을 장기간 복용하면 알츠하이머병 등 치매 위험이 커지며, 우울증 환자가 복용할 시 자살 경향이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사용기준에 따르면, 졸피뎀은 남용이나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하루 10mg을 초과해 처방하면 안 되고, 치료 기간은 4주를 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만 18세 미만 청소년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후군 환자와 호흡부전 환자, 근무력증 환자, 정신병 환자에게는 사용하면 안 된다. 만약, 위법한 경로로 졸피뎀을 처방하거나 구입하면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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