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K디스플레이, 마하트마 간디와의 조우"

박소라 2023. 4. 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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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

디스플레이는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 6대 첨단산업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됐다. 디스플레이 산업은 다시 한번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에 발맞춰 충남 아산에 2026년까지 세계 최초의 8.6세대 정보기술(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을 위해 4조1000억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디스플레이는 오래전부터 세계 1위 산업이자 국가 핵심 산업임에도 아직 국민에게는 낯선 산업이기도 하다. 필자가 지난해 디스플레이산업협회를 맡게 됐을 때 일부 지인이 전시디자인산업협회로 오인한 것도 반도체보다 디스플레이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집, 학교, 회사 등에서 디스플레이가 없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실내에서는 TV와 PC, 실외에서는 안내판과 사이니지,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과 내비게이션 등 디스플레이는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디스플레이가 생활뿐만 아니라 문화와 세상까지 바꿔 나가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기술 진보와 혁신으로 중심축이 계속 옮겨지고 있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 이제는 무기발광 디스플레이로 이동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은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확대에 따라 2030년 1615억달러, 2045년에는 1962억달러 성장이 전망된다. 눈에 띄는 것은 2045년 전체 시장에서 약 40%를 무기발광 디스플레이가 점유하면서 주력제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TV에 친숙한 40대 이후 세대는 LCD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이 중요한 20~30대는 OLED 디스플레이, 태동하는 확장현실(XR)기기 잠재 수요자인 청소년기의 10대에겐 무기발광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미래에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대중화될 것이다. 이렇듯 디스플레이 산업은 기술 진화로 혁신 제품이 끊임없이 개발됐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K디스플레이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디스플레이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발전도,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도 불가능한 세상이 됐다. 지난 17년 동안 1위를 차지한 K디스플레이는 보조금, 인프라 등 정부의 전방위 지원과 생산시설을 확대한 중국에 2021년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은 보편화된 LCD 기술을 바탕으로 대량생산을 통한 압도적인 가격경쟁력을 내세웠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은 투자비 대부분을 정부가 지원한다. 투자비 수조원에 대한 부담이 없는 셈이다.

중국 1위 BOE는 2018년 10.5세대 LCD B9 공장 총투자비 56억달러 가운데 10%인 5.6억달러로, 세계 최대 LCD 공장을 세웠다. 나머지 투자비 90%는 정부와 금융기관 자금이 투입됐다. OLED 시장에서도 한-중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연합해서 설립한 일본 디스플레이의 자존심 JOLED는 최근 파산신청을 했다. 일본은 재도약을 노렸지만 한국과 중국의 경쟁력에 밀려 도태됐다. 앞으로 한국과 중국 OLED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반드시 우리가 지켜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OLED 기술은 한국이 폴더블 OLED, 투명 OLED 등 첨단기술을 개발해서 상용화를 확대하고 있지만 중국 투자가 OLED에 집중되면서 우리와의 격차를 점점 좁히고 있다.

중국 OLED 점유율은 2017년 1.4%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약 18% 확대됐다. 최근 미래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XR기기가 급부상했다. 올해 초 열린 MWC 2023에서도 퀄컴이 삼성전자, 구글과 XR 동맹을 발표했다.

글로벌 XR기기 출하량도 2021년 1100만대에서 2023년에는 6680만대로의 성장이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 XR 디스플레이는 초고해상도 구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OLED 소재를 유리기판이 아닌 실리콘 웨이퍼에 증착해서 수 마이크로미터로 픽셀 미세화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더 나아가 이제는 수분과 산소에 취약한 유기 발광이 아니라 0.3인치 초소형부터 무한대 크기로 제작 가능한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기술도 요구된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가상현실(VR) 산업발전 실천계획'을 수립했다.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개발, 핵심 기술 보유 100개 기업 육성, 콘텐츠 생산, 인프라 조성 등 XR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먼저 XR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반도체, 광학, 콘텐츠 등 관련 산업과 협력해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협회도 지난해 12월 글로벌 XR 시장에 대한 선제 대응을 위해 'XR 디스플레이 산업 협의체'를 발족했다. 올해 2월에는 전후방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전자·콘텐츠 업종과 얼라이언스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필자가 스위스 제네바 세계무역기구(WTO) 대표부 근무 시절 점심 식사 후 자주 산책하던 근처 아레나박물관 잔디공원에는 간디 동상이 있다. 인도 최고 지성인 마하트마 간디는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미래 세대 먹거리인 최첨단 기술 구현이 하루아침에 달성될 수 없듯 제품화까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무기발광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등 첨단전략 기술에 대해 이제는 본격 시동을 걸 때다. 협회도 융합 신시장 창출, 초격차 기술 선점 등 8대 추진전략이 포함된 'K-디스플레이 플랫폼'을 통해 반도체 및 IT 정보통신 등 다른 산업과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단위: 억달러) 출처 : DSCC, OMDIA, KDIA 2023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 ldw@kdia.org

〈필자〉이동욱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학 석사, 건국대 국제무역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4회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장관비서관,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 산업부 중견기업정책관 등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입지총괄과장직을 맡아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에 따른 '해주 경제개발특구' 청사진을 마련하고 산업단지 육성 등 기업지원 정책을 수립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정책과장을 맡아 '산업융합촉진법'을 제정, 신산업창출정책을 총괄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로 파견, 보건산업정책국장직을 맡아 '의료기관 해외진출법'을 제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중견기업정책국장으로 있으면서 우리나라 기업 구조의 성장사다리 마련을 위한 중견기업 육성 정책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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