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도 안 내고 노조 사무실로…근로자복지관 '천태만상'(종합)
모든 근로자 활용 취지에도…산하 노조 사무실로 활용
건설사 입주시켜 임대 사업하기도…지자체 복지관도 문제
제재 근거 없어 실효성 논란…“법 개정해 취지 맞는 운영 의무화”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못한 근로자 등 취약계층 근로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예산으로 건립된 근로자종합복지관 54곳이 운영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운영을 하는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이 노조 사무실로 사용하기도 하고, 임대수익을 얻기 위해 광고회사나 건설회사 등을 입주시킨 사례도 있었다.
다만 운영지침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어 지침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법을 개정해 근로자종합복지관이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에 의무를 부여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102개 근로자종합복지관 실태 확인 결과, 절반가량이 정부 지침과 달리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근로자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은 국비를 지원받거나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활용해 수영장이나 헬스장, 다목적실 등을 갖춰 근로자의 생활체육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편의시설이다.
특히 복지관은 우리나라 근로자의 86%에 해당하는 노동조합이 없는 근로자들이나, 노동시장의 취약계층 등이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정부의 예산이 지원됐다. 이를 그간 대부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에 위탁해 운영해왔다. 그러나 감사원 등으로부터 복지관이 특정 단체가 과도하게 사용해 일반 근로자의 이용이 제한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 지침에는 복지관 내 사무실은 전체 연 면적의 15%를 상한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16개 복지관에서 연 면적 15%를 초과한 면적을 노조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7개소는 연면적 30%를 초과했다.
특히 지침은 복지관이 임대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을 보유하거나 이를 위한 사업에 공여할 수 없다고 명시했지만, 10개소는 ‘복지관’ 명칭을 사용하지 않거나,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광고회사, 건설회사 등이 입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부는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건립한 복지관 30개소 중 20개소에도 운영상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액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건립, 운영 관련 사항은 자치단체 조례를 적용한다. 15개소에 산별연맹 등 노조 사무실이 입주하고 있고, 15개소에 연면적 15%를 초과한 면적을 사무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근로자종합복지관의 취지는 취약계층 근로자들이 문화나 상담, 체육 등을 위한 공간으로 노동단체에 위탁할 때는 이런 취지를 달성하기 위한 사무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한 것”이라며 “산별연맹 등 특정 단체의 복지나 사무를 위한 공간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제재 근거 없어 실효성 논란…“법 개정해 취지 맞는 운영 의무화”
고용부는 운영지침을 위반하거나 법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 중인 복지관에 대해서는 해당 지자체에 시정을 권고하고, 국비 지원 복지관은 조치 결과도 확인할 방침이다. 다만 운영지침을 위반한 사실만으로는 제재나 벌칙을 부여할 근거가 없어 조사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근로자종합복지관은 일부 노동조합이 아닌 일반 근로자, 특히 근로복지 혜택을 누리기 어려운 미조직 노동자와 취약계층 근로자들을 위해 운영되어야 한다”며 “지자체 역시 근로자종합복지관이 설립 취지에 따라 운영되어 더 많은 근로자들이 근로복지 혜택을 받으실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노동계는 정부의 발표에 대해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총연합단체가 정부의 재산을 사적 사용하고, 복지관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을 노동조합 내부자를 불법채용하는 양 호도하는 것은 부당하며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공적공간을 사적 사용하지도 않을 뿐더러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상담업무 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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