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G 시대 4년, 지갑만 얇아졌고 혁신은 없었다

이경탁 기자 2023. 4. 1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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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5세대 이동통신)가 이달 상용화 4주년을 맞았다.

2019년 4월 세계 첫 상용화 당시 5G에는 '꿈의 기술' '꿈의 속도' 등의 수식어가 붙어 새로운 미래세상을 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5G의 실체는 별것이 없었지만 과거 정부가 세계 첫 상용화에만 집착해 국민들의 기대감만 부풀린 셈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5G를 교훈 삼아 '세계 첫 상용화'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인프라 구축과 콘텐츠 개발·보급 등 세밀한 로드맵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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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5세대 이동통신)가 이달 상용화 4주년을 맞았다. 2019년 4월 세계 첫 상용화 당시 5G에는 ‘꿈의 기술’ ‘꿈의 속도’ 등의 수식어가 붙어 새로운 미래세상을 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삶과 일상에 ‘값비싼 통신요금 통지서’ 외에 어떤 혁신적 변화를 줬는지 의문이다.

5G 이전인 4G(4세대 이동통신, LTE)만 하더라도 스마트폰과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 우리 일상에 변화를 줬다. SNS(페이스북·인스타그램), 모바일메신저(카카오톡·라인·텔레그램), OTT(유튜브·넷플릭스) 등 새로운 플랫폼과 콘텐츠가 쏟아졌다. LTE를 통해 인터넷 생태계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사회·문화·경제에 큰 변화가 생겼다.

문제는 LTE 사용자와 고가의 5G 사용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에 차이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이동통신 3사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896.1Mbps로 LTE 다운로드 속도(151.92Mbps)보다 약 6배 빠르다고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가 된 현재 이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매년 새로운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있지만, 디자인과 카메라 성능만 좋아졌을 뿐 5G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5G 상용화 당시 ‘킬러 콘텐츠’로 기대를 모았던 가상현실(VR)의 대중화는 요원하다. 통신 3사가 야심 차게 밀었던 클라우드 게임도 마찬가지다. KT의 경우 최근 VR과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모두 종료했다.

5G에서 B2C(소비자간거래)보다 중요하다던 B2B(기업간거래)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스마트 팩토리 등 B2B 서비스를 위해선 28GHz(기가헤르츠) 기지국 구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천문학적 비용’을 이유로 28GHz 기지국 구축 이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정부로부터 해당 주파수를 회수 당했다.

5G가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비단 통신사들의 잘못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국제표준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세계 첫 5G 상용화’라는 업적을 만들기 위해 일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통신사들은 인프라 구축, 관련 서비스 개발 등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5G 가입자를 받기 시작했다. 5G의 실체는 별것이 없었지만 과거 정부가 세계 첫 상용화에만 집착해 국민들의 기대감만 부풀린 셈이다.

통신사들은 5G 인프라 구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고객들의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가계 통신비는 2020년 11만9775원에서 지난해 3분기 13만1399원으로 증가했다.

국민들이 5G 요금제를 비판하는 배경에는 가격 외 문제도 있다. 5G가 우리 일상에 혁신적 변화를 줬다면 국민 대다수가 고가의 요금 구조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5G는 사실상 정책 실패의 산물이고, 이제와서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는 것은 소모적이다. 이제 정부와 기업들이 인공위성 기반인 6G(6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준비한다고 한다. 정부와 기업 모두 5G를 교훈 삼아 ‘세계 첫 상용화’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인프라 구축과 콘텐츠 개발·보급 등 세밀한 로드맵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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