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과 '엇박자' 지적…이복현 "다른 입장 해석은 오해"

유진아 2023. 4. 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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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등 주요 금융당국 수장들과 긴밀히 소통 중
"기업·가계 고금리 부담 금리 상승기 이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일요일마다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와 함께 금융당국 수장이 모여 통화·금융 정책에 대한 입장과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며 "아예 다른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이 취해졌다는 해석은 오해"라고 선을 그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안정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야기되지 않도록 한은과의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대면 생체인증 활성화 정책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 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대면 생체인증 활성화 정책토론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물가 안정 과정에서 혼란이 없도록 한은과 소통하며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이 최근 고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긴축정책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으로 인해 시장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F4 비공개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금융당국 수장들을 향해 "금리를 너무 미시적으로 조정하려 하지 말라"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복현 원장이 금융통화정책과 금융당국의 정책이 다른 입장에서 취해졌다는 해석은 오해라고 일축한 것이다.

그는 "통화정책이 어떤 강도로 얼마나 빨리 전파돼야 물가가 안정되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 견해가 갈린다"며 "오히려 물가안정 과정에서 과도한 구조조정으로 채무불이행에 빠지는 가계의 규모가 너무 빨리 늘어날 경우 이는 금융시장은 물론 사회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밸런스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정책을 하고 있고, 한은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업의 부담이 큰 상황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을 보면, 은행에서 조달하는 방식과 시장에서 조달하는 방식이 있다"면서 "우량물과 비우량물의 갈림이 심해져서, 사실상 비우량물로 분류되면 시장 조달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기관 대출의 경우에도 조건이 굉장히 나쁜 상태에서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 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가계가 받는 금리 부담은 올해 초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큰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상대적으로 가계의 경우에도 최근 은행권의 상생 금융 노력 등으로 부담이 줄어든 것은 맞다"면서도 "여전히 금리 상승기 이전과 비교해서는 두 배 이상의 금리 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16조 원대에 달하는 금융권 이상 외환 송금과 관련한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 제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적절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제재하는 게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사실 신중한 입장이 있다"며 "제재와 관련돼서는 구체적으로 대상이 누구고 정도가 어떻다든지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비대면 실명인증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각종 금융 범죄에 대해서는 비대면 생체인증 활성화를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 금융권에선 비대면 신분증 실명 확인 방식의 허점을 노린 신종 명의도용 범죄가 확산하고 있다. 비대면 실명확인 제도는 중층적으로 신원확인을 하도록 설계했으나, 본인 명의 휴대전화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 경우 무력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인적 사항 탈취에 의한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에 분쟁이 야기되는 원인이 돼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되는 문제도 있다"며 "기술적인 방법으로 보안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 금융결제원 등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한은행이나 카카오뱅크 등 선도적으로 의지가 있는 금융회사들과 구체적인 구현 방법에 논의했다"며 "연내에 구체적인 결론을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동 인프라를 구축할 때 재원 마련과 관련해서는 "회사에 당장 부담으로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환경 조성은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나아갈 수밖에 없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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