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中 경유해 美 반도체 1조원어치 수입"…대러 제재 무용론?

정윤미 기자 2023. 4. 12. 15: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日닛케이 조사…작년 2월24일~12월31일 러, 반도체 수입 70% '美제'
대러 반도체 수출 4분의 3, 홍콩 포함 中기업…"유입 차단 어려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회담을 마친 뒤 “모든 형태의 대 러시아 독자 제재에 반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미국 반도체가 미 당국의 제재를 피해 러시아로 유입되고 있다는 정황이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의해 포착됐다.

12일 닛케이에 따르면 개전 이래 지난해 러시아의 반도체 수입 자료 분석 결과 1회 10만달러(약 1억3256만원) 이상의 고액거래(3292건) 가운데 2358건(약 70%)이 미 회사명이 적힌 반도체였다.

여기에는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스, AMD, AMD 자회사 자일링스의 FPGA(프로그래밍 가능 반도체), 아날로그디바이스(ADI),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이 포함됐다.

규모는 최소 7억4000만달러(약 9805억7400만원)로 개전 이래 약 2억7000만달러 대비 약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대해 인텔은 "러시아 수출은 모두 중단됐다"며 "회사는 (미 당국의) 수출 규제와 제재를 준수하고 있으며 (자사 제품이) 인권침해에 이용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MD도 "정규 판매업자들에게 전 세계 모든 수출 규제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며 "(보도된 기업은) 정규 판매 대리점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ADI는 "(대러 수출은) 직접적인 자사 정책 위반"이라며 (보도된 기업은) "부정하게 전매 혹은 전용한 것"이라고 했다. TI도 "당사 제품이 설계 이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불법 판매나 전매는) 반도체 업계 전체가 직면한 과제"라고 밝혔다.

수출원의 4분의 3은 홍콩을 포함한 '중국'인 것으로 파악됐다. 약 1774건(75%)으로 5억7000만달러 상당이다.

또 중국의 미 반도체 고액 수출 규모는 5123만달러(230건)로 전쟁 전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중 상당수는 러시아에 유입됐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2022년 1~9월 러시아의 반도체 전자회로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 이상 늘어났다.

아울러 중국에서 러시아로 반도체를 수출한 대다수 거래업자는 중소기업이며, 개전 이래 설립된 신흥기업도 존재했다.

지난해 4월 홍콩에 설립된 모 기업은 9~12월 러시아 기업과 개당 1만달러가 넘는 제품을 포함해 총 1874만달러를 거래했다.

또 다른 홍콩 소재 기업은 러시아인이 설립했으며 주요 거래 상대는 러시아 재벌 소유의 기업이었다. 이 기업은 지난해 12월까지 최소 13차례에 걸쳐 총 1만개 이상 미 반도체를 수출했다.

반도체는 미사일과 군용기 부품으로 사용된다. 특히 고성능 제품은 미국 업체가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방위기술 전문 미래공항연구소 소속 니시야마 준이치는 "미사일 등 제어장치에는 연산 처리 능력이 높은 반도체가 대량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인도적 목적을 제외하고 자국산 반도체의 대러 수출 등을 금지했다. 위반 시 제3국 기업도 미 기업과 거래 금지 등 제재를 부과했다.

요컨대 미국은 러시아의 무기 제조에 제동을 걸어 전력 저하를 노리고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행했는데 수포가 된 셈이다. 러시아에 유입된 미 반도체 기업 대부분은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닛케이는 "이 같은 허점을 막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 지적했다. 미 상무부는 "이미 500개 이상 기업에 제재를 부과했으나 다른 나라와 협력해 앞으로도 감시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미 반도체의 러시아 유입을 전면 차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수출 관리 전문 디 데릭 캅스 벨기에 플랑드르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공급망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반도체의 최종 행선지를 파악하기 어려워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관이 제휴해 기업의 수출처 조사를 철저히 하고 그 정보가 국제적으로 공유돼야 한다"며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은 반도체를 추적할 수 있도록 기술적 대응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익명의 대만 안전보장 전문가는 러시아는 반도체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 따라 "무기에 범용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다"며 범용품은 전매 시장에 흐르기 쉬우며 감시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 미 무역대표부 출신 벤저민 코스제바 홍콩 변호사는 홍콩 등 소기업들은 제재받더라도 새로운 이름의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조사는 닛케이와 영어판 '닛케이아시아'가 인도 조사업체 엑스포트 지니어스로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해 2월24일부터 12월31일까지 러시아 통관 자료를 지난 1월27일 입수해 반도체 수입 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younm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