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영체제 맞은 토요타, “‘멀티 패스웨이’로 가지만 종착지는 결국 탄소중립”
[OSEN=강희수 기자] 지난 1월 말, 세계 자동차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토요타가 경영 체제의 중대 전환을 시도했다. 일선에서 회사를 진두 지휘하던 토요타 아키오 대표가 회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집행위원이던 사토 고지가 최고경영자로 나서는 인사가 단행됐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새 CEO의 정식 취임 시기는 4월 1일이었다. 바야흐로 그 시점이 됐다. 지난 4월 7일, 신임 CEO가 공식 무대에 섰다. 그의 등장은 곧 새로운 미래 청사진의 정립이었다. 사토 고지 사장은 토요타자동차의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마이크를 잡고 새로운 체제의 비전을 제시했다.
사토 신임 사장이 제시한 비전에는 과정과 종착지다 담겨 있었다. ‘멀티 패스 웨이’를 선택해 모빌리티 컴퍼니로의 전환을 꾀하면서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종착지는 완전한 ‘탄소 중립’이었다.
인사말을 시작한 사토 사장은 “새로운 체제의 주제는 ‘계승과 진화’입니다. 계승이란 자신들의 흔들림 없는 축을 명확히 하고 미래를 향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자’ 이것이 지난 13년간 지켜온 토요타의 소중한 가치관입니다”라고 토요타의 유구한 전통을 먼저 강조했다.
이어 사토 사장은 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철학을 이야기했다.
“토요타에서 오랜 세월동안 자동차 개발을 담당해 왔고, 동료들과 함께 고객에게 미소를 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고 싶기 때문에 저는 '꾸준히 자동차를 만드는 사장'이 되고 싶습니다”고 열정을 드러낸 뒤 “사장으로서 꼭 지키고 싶은 것은 '팀 경영'입니다. 자동차 만들기는 팀 플레이입니다. 전세계 37만명의 토요타 직원과, 협력사, 딜러 여러분과 함께 자동차 회사의 팀워크를 살린 경영을 해 나가고 싶습니다”고 철학을 밝혔다.
핵심 키워드는 이 다음부터 흘러나왔다.
사토 사장은 “앞으로 우리는 모빌리티 컴퍼니로의 변혁을 목표로 할 것입니다. 자동차가 앞으로도 계속 사회에 필요한 존재로 남기 위해서는 자동차의 미래를 바꾸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전제한 뒤 ‘탄소 중립’과 ‘이동 가치의 확장’을 핵심 키워드로 언급했다.
탄소 중립은 온 지구인들이 당장 실천하고 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모두가 지구에 빚을 지고 있다. 탄소 중립에 더 큰 책임과 소명의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전동화와 수소사회 실현은 ‘탄소 중립’을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사토 사장은 “자동차 만들기에 있어서는 멀티 패스웨이(Multi Pathway)를 큰 축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나갈 것입니다”고 했다.
전동화 전략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되, 현실을 고려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게 멀티 패스웨이 전략이다. 신흥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를 강화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늘려 나가겠다고 했다. 중요한 선택지 중 하나인 BEV(순수 전기차)도 향후 몇 년에 걸쳐 라인업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토요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수소사회 실현도 빼놓지 않았다. 태국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실제 사회에서의 활용이나 상용 FCEV의 양산화, 모터스포츠를 통한 수소 엔진 기술의 개발 등 수소화 프로젝트를 계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노력을 발판으로 토요타는 전세계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평균 CO2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에는 33%, 2035년에는 50%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토 사장이 언급한 두 번째 주제 ‘이동 가치의 확장’은 결국 ‘모빌리티’ 세계로 이어진다.
사토 사장은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고 감동한다고 하는 MOVE나 사람과 사물의 이동에 더해 에너지, 정보의 MOVE는 데이터로 연결됩니다. 하나의 모빌리티는 다른 모빌리티와 연동되고, 자동차는 사회 인프라의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탄소중립’과 ‘이동의 가치’, 두 가지 테마는 토요타가 그리는 ‘토요타 모빌리티 콘셉트’로 구체화된다.
‘토요타 모빌리티 콘셉트’는 3단계로 추진되는데, ‘모빌리티 1.0’에서는 다양한 MOVE를 연결해 자동차의 가치를 확대시켜 나간다. 순수전기차인 BEV를 단순한 자동차로 보지 않고, 전기를 운반하는 모빌리티로 인식하는 것이다.
사토 사장은 “새로운 자동차 만들기의 열쇠로 소프트웨어 기반의 아린(Arene)이 있습니다. 최신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연결되고 자동차와 다양한 앱도 자유자재로 연결이 가능합니다. 아린은 이러한 진화를 지탱하는 플랫폼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나갈 예정입니다. 2026년의 차세대 BEV를 향해 ‘우븐 바이 토요타’와 함께 개발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모빌리티 2.0'에서는 새로운 영역으로의 모빌리티 확장이다. 교통 약자들을 위한 자율 주행 시스템, 이동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줄 '하늘을 나는 차'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궁극적으로 '모빌리티 3.0'이 되면 자동차는 사회 시스템과의 융합 단계에 이른다. 에너지와 교통 시스템, 물류, 생활 방식까지 스며들어 일체화된 모빌리티의 친환경 시스템을 완성하게 된다.
모빌리티 콘셉트에서도 역시 중심이 되는 요체는 자동차다.
사토 사장은 “모빌리티 컴퍼니로의 변혁 한 가운데에는 자동차가 있습니다. 자동차가 가지는 가능성을 넓혀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길러 온 더 좋은 자동차 만들기와 BIT(Best in Town) 철학을 기반으로 그 다음 진화가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사토 체제의 토요타는 당장 어떤 자동차를 만들어 낼까?
사토 사장에 이어 마이크를 받은 상품 담당 나카지마 부사장은 향후 추진될 전동화 계획을 좀더 구체적으로 밝혔다.
배터리 EV(BEV)는 주변 라인업 확충을 통해 2026년까지 10개 모델을 새로 투입하고 판매 대수를 연간 150만대까지 상향하기로 했다. 나카지마 부사장은 “2026년에는 자동차 회사가 생산하는 차세대 배터리 EV도 투입하겠습니다”라고 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 차세대 배터리는 최대 주행거리가 두 배가량 늘어난다고 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지의 효율을 높여 EV 최대주행거리를 200km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전기차나 다름없는 효용을 갖게 된다.
FCEV(수소연료전지차)는 상용차를 기반으로 양산화에 도전한다. FCEV는 에너지인 수소가 가볍기 때문에 배터리 EV와 비교해 최대주행거리를 늘리는데 이점이 있다.
마무리 인사를 위해 다시 마이크를 잡은 사토 사장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토요타는 ‘상품으로 경영하는’ 회사입니다. 중요한 것은 먼저 행동하는 것입니다. 가만히 서 있으면 경치는 바뀌지 않습니다. ‘자동차의 미래를 바꾸어 나가자’는 것이 모빌리티 컴퍼니를 목표로 하는 우리의 테마입니다. 이 흔들림 없는 기치 아래 강한 의지와 열정으로 도전하겠습니다”라고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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