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등 금융 불안, 美 성장률 끌어내릴 것...韓도 영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photo@yna.co.kr

[파이낸셜뉴스]최근 미국 중소형 은행발 금융 불안으로 올해 미국 성장률이 0.2∼0.5%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성장률 하락이 현실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도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불안·경기회복 둘 다 美 성장률 끌어내릴 수 있어"
한국은행 조사국은 12일 '금리 인상 이후의 미국경제 상황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미국 중소형 은행발 금융 불안은 신속한 정책 대응으로 비교적 잘 통제된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금융 불안 전개 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보유자산 가치가 하락한 금융기관과 상업용 부동산의 취약성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지속되면서, 금융기관 규제가 강화되고 관련 업종에서 신용 긴축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고금리와 함께 향후 미국경제를 더욱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조사국은 지적했다.

조사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했다.

미국 경제가 급격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양호한 경기 흐름을 보여준 것으로 보고서는 평가했다. 이는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미국 정부의 재정 기조 역시 완화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와 기업이 고정금리 부채 비중을 크게 높였고, 코로나19 이후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노동 초과수요가 지속되면서 가계소득이 유지돼 금리 인상 파급효과가 제약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부문별로는 부동산과 건설투자 등에서 금리 인상 파급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고, 금융기관들은 보유 자산 가격 하락, 부동산 관련 대출 부실화 등으로 취약성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SVB 사태 이후 금융 불안 리스크와 함께 양호한 실물경제 흐름에 기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병존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美 성장률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 점검해야"
보고서는 향후 금융 불안 확산 정도, 연준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해 미국 경제 파급 영향을 점검했다.

우선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당분간 이어지지만, 연준의 유동성 공급정책에 힘입어 금융시스템 전반의 신용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는 기본 시나리오 하에서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이 0.2%p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금융 불안이 여타 부문으로 확산해 글로벌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실물경제로 일부 전이되는 '금융 불안 심화' 상황에서는 미국 성장률이 0.5%p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금융 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된 뒤 미국과 중국경제 회복세가 강화돼 연준의 긴축기조가 강화되는 '인플레이션 지속' 환경 안에서도 역시 미국의 성장률이 0.2%p 정도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미국의 성장률 하락은 글로벌 및 국내 성장에도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며 "금융 불안이 확산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연준이 긴축기조를 재강화할 경우에도 우리 성장과 물가, 외환·금융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잘 점검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