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김재원에 흔들리는 국민의힘···중진들 “읍참마속 주저말라”
윤리위원장 황정근, 당무감사위원장 신의진 내정
“당이 목사 손아귀에 있으면 안된다.”(홍문표 의원)
“집권여당 품격에 맞지 않는 언행엔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정우택 국회 부의장)
12일 국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취임 후 처음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열렸다. 중진들은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여당이 어때야 하는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민생 경제와 외교 등 난제가 많은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당 최고위원들 설화로 발목이 잡혀있는 집권여당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 의원은 “전 목사가 흘러들어오는 얘기로 20만, 30만명을 우리 당에 심어놨고 그 힘으로 우리 당이 버티고 있다는 식으로 선전이 되고 있는데, 당론으로 결정을 해서 빨리 수습해야 한다”면서 “(당이) 목사 손아귀에 있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 목사 예배에 참석해 “5·18민주화운동 헌법 수록 반대” 발언을 하고, 미국 강연에서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발언으로 촉발된 전 목사 당 개입 논란을 당론으로 수습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정 부의장은 “당의 중심적 위치에 있는 의원들이 집권여당의 품격에 맞는 언행을 해야 한다. 이런 언행이 없으면 현장 당원들이 굉장히 힘들다”며 “엄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 외에 조수진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 태영호 최고위원의 “4·3 사건은 김일성이 촉발” 발언 등 최근 지도부의 설화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임 비상대책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신상필벌은 지도부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만일 읍참마속을 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면 절대로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임 원내대표인 주호영 의원은 “20대(2016년)와 21대(2020년) 총선은 우리 환경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공천 과정 잡음 때문에 진 케이스”라며 “우리도 당헌·당규에 따라 어떻게 공천한다는 원칙을 빨리 확정해 발표해야 한다. 공천 원칙에 적용할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당원들이 승복할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시·도당위원장 회의를 소집해 기강 잡기에 나섰다. 그는 “뜻밖의 사태로 인해 구설에 오르거나 국민 눈살을 찌푸리거나 정서에 위반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시·도당위원장께서 당의 기강을 잘 세우는 데 앞장서달라. 각 (총선) 주자들이 뛰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지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 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 당무감사위원장에 신의진 연세대 의과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를 내정했다. 오는 13일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임명할 예정이다. 윤리위는 당원에 대한 징계, 당무감사위원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의원과 당협위원장에 대한 당무감사를 진행한다. 당의 기강을 바로잡는 두 축으로 볼 수 있다. 당 안팎에선 새 윤리위의 첫 징계 대상으로 김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황 변호사는 김 대표의 사법연수원 15기 동기로 함께 판사 생활을 했다. 최근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관련 헌법재판소 소송과 이준석 전 대표의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국민의힘 측 소송대리인을 맡은 친여권 인사다. 조두순 사건 피해 아동의 심리 주치의로 알려진 신 교수는 19대 국회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고,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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