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욱 “정치 훌리건과 단절해야···내가 통합의 마침표”[민주당 원내대표 후보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차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169석 거대 야당의 사령탑으로서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여파로 불거진 당 내홍도 수습해야 한다. 경향신문은 주요 주자에 대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경기 화성을)은 11일 “제가 원내대표가 되면 국민에게 통합 지도부의 마침표를 찍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며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친이재명계 일색의 지도부로는 부족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강성 훌리건을 키우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며 “‘조국의 강’을 건너자고 주장하는 의원들은 문자폭탄을 받고 입을 닫지 않았나”라고 쓴소리했다.
이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당 쇄신을 위한 ‘반성과 혁신’ 모임을 주도했고, 최근에는 비주류 의원들이 주축이 되 만든 모임인 ‘민주당의 길’에서 활동하고 있다. 친이재명계의 지원을 받는 홍익표 의원, 비이재명계 박광온 의원과 함께 출사표를 던진 이 의원은 3강 구도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당이 잘못 굴러가는 모습을 치유하고 민주당을 민주당답게 만들어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 제가 지도부에 들어가면 국민에게 통합지도부의 마침표를 찍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비주류 의원이 원내대표를 해야 통합이 완성된다는 뜻인가.
“이 대표가 최근 (비이재명계) 송갑석 의원을 최고위원에 선임한 이유는 친명계 일색의 지도부로는 부족하다는 자기반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표와 다른 원내대표 후보군 중 통합지도부의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줄 사람은 단연코 저다.”
-당의 문제점이 무엇인가.
“정치 훌리건, 강성 팬덤들이 의원들을 공격하니 의원들의 집단지성이 사라져 버렸다. 의원총회를 해도 의원들이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뜻하는 은어)으로 찍힐까 봐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도 전광훈 목사와 단절하고 새로 거듭나려 하지 않나. 민주당도 정치 훌리건과 단절해야 한다. 양극단 지지자들은 결코 당에 도움되지 않는다.”
-민주당 사당화를 우려해왔는데, 이번 당직개편으로 해소됐다고 보나.
“사무총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두 명 자리를 모두 비명계로 앉혔으면 어땠을까 싶다. 비명계 최고위원 2명을 새로 지목해도 최고위원 다수는 친명계라 이 대표는 여전히 의결권을 담보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조금 더 포용하는 모습을 강하게 보여주는 것이 사당화 우려를 불식하는 길이다.”
-이 대표가 최근 지지자들에게 폭력적 행위 자제를 당부하는 ‘버스에서 내려와’ 운동에 동참했다.
“큰 효과가 있던 것은 사실이다. 이 대표가 자제를 당부하니 나에게 문자 (폭탄)도 요즘 덜 온다. 제 지역구 화성 동탄 사무실에도 ‘이원욱 원내대표 출마 반대 집회’가 열렸고 제 얼굴을 악마화한 사진이 온라인상에 돌았다. 이 대표가 저에 대한 악마화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하자 집회가 사라졌다.”
-내년 총선 전망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도가 30% 초반인 상황이 이어진다면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에서 총선이 치러질 수 있다. 다만 아직 무당층이 민주당 지지층보다 더 많다. 민주당이 자력으로 40%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한다면 총선도 탄탄하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다. 민주당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실력을 갖춰야 반사이익이 아닌 자력으로 정당 지지도를 올릴 수 있다.”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내로남불하지 않는 태도다. 우리가 여당 때 추진했던 것이 야당이 됐다고 바뀌면 안 된다. 민주당이 가져가야 할 진보적 의제를 놓치면 안 된다. 청년 등 다양한 의제를 선점해야 한다. 원내대표가 된다면 이 대표와 잘 상의해서 원내 전략을 세우겠다.”
-대여 강경 투쟁 노선은 그대로 갈 수 있나.
“수정이 필요하다. 169석으로 원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장외로 자주 나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민주당은 장외에 가장 마지막에 나갔다.”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하려는 방송법 개정안(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을 두고 국민의힘은 ‘왜 여당일 때 안 했냐’고 지적한다.
“여당일 때 해야 했는데 못했다. 여당에 누가 정권을 잡을지 모르는 4년 뒤에 시행하는 조건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하겠다.”
-이 대표와 호흡이 잘 맞을까.
“오랜 친구 사이고 잘 맞을 것이다. 제가 의원총회에서 팬덤 문제를 얘기하면 이 대표가 바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지층들을 향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쓰더라. 제가 원내대표가 된다면 거의 매일 이 대표와 논의하겠다.”
-총선 승리를 위해 이 대표가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이 대표 말에 거취 결단도 담겨 있다고 본다. 방탄 프레임 때문에 당이 망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의원들조차도 ‘이재명의 민주당도 힘들지만, 이재명 없는 민주당도 힘들다’는 데 동의한다.”
-국회에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또 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체포동의안 내용을 보고 판단하겠다.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검찰이 아무것도 못 찾아낼 것 같다. 100명 가까운 검사가 붙었는데 공소장 내용이 형편없었다.”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에 대한 생각은.
“개별적 결단으로 그런 선택을 한다면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의원들이 결단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당 지도부가 해야 할 일이다.”
-오영환 의원 불출마는 어떻게 봤나.
“너무 마음 아프다. 민주당에 몇 안 되는 청년·여성 정치인들이 굉장히 소중하다. 오 의원 같은 소중한 인재가 재선되면서 자신만의 의제를 본격적으로 고민을 하길 바랐는데 충격받았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북콘서트에 왜 갔나.
“민주당에서 지난 대선에서 20·30 여성 표를 위해 영입한 사람이다. ‘N번방’ 불법 성착취 사건을 폭로한 이력으로 신변의 위협이 있는데 얼굴이 알려질 각오를 하고 당을 위해 희생한 사람이다. 강성 팬덤들에 의해 집 주소도 공개됐다. 박 전 위원장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민주당의 어른 정치인으로서 누군가 한 명은 나서줘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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