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폭스 역학조사 집중하지 않으면 일본 전철 밟을 수도”...“감염자 낙인 경계해야”
“확진자 급증, 일본 사례처럼 증가할 것”
“반복적으로 환자 발생”
“역학조사 집중해 감염원 찾아야”
전문가들은 국내 지역사회에서 엠폭스(MPOX·원숭이두창) 확산과 관련해 초기 역학조사와 조기 진단 역량을 발휘하지 않으면 최근 환자가 100명 수준으로 급증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최근 지역사회 감염병 유행을 예방하기 위해 하수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자를 추적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엠폭스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2일 “어떤 감염병이든 외부에서 유입된 환자를 시작으로 해서 지역사회 감염자가 나오고 그 다음은 지역사회에서 전파되는 형태를 보인다”며 “우리와 비슷한 지역에 위치하고 교류가 빈번한 일본도 90명 이상 나오지 않았나, 우리도 추가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11일 현지에서 엠폭스 감염자 10명이 추가되면서 누적 기준 106명이 됐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첫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지난해까지 8명에 그쳤지만, 올해 현재까지 98명이 추가되며 급격하게 늘었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확진자 90% 이상은 해외 여행력이 없었다. 일본 내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의미다. 요미우리신문은 “애초 도쿄가 감염의 중심이었지만, 3월 이후 오사카 등 서일본으로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의 경우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해외 유입 사례가 반복되다가 지역사회에서 환자 전파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으며 소수로 지속해서 발생하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도 “그동안 해외에서 노출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만 진단검사를 했는데 지역사회 환자가 발생하는 건 우려된다”며 “대규모로 퍼지지 않겠지만, 반복적으로 환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원을 찾는 게 힘들다는 점이다. 엠폭스 전파 사례 대부분은 동성 남성 간 성적 접촉 과정에서의 성 접촉, 피부병변 접촉 등이 차지하고 있다. 질병 자체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감염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 등으로 인해 질병 대응력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최근 엠폭스 환자가 급증한 일본 내 확진자도 모두 남성이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도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6번째 환자)감염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감염원을 익명으로 만났다”며 “상대방 이름과 연락처를 알지 못해 추적에 시간이 오래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6번째 엠폭스 확진자가 전남에 거주하고 있으며, 최근 부산을 방문한 이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이름이나 연락처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엠폭스는 잠복기가 3주 정도로 길고, 질환에 대해 낙인 같은 인식이 있다 보니 숨기고, 은밀하게 전파된다. 현재 3명으로 기록됐지만 2~3배는 더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교수는 “해외 노출력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6번째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잘 조사해야 한다”며 “역학조사로 6번째 환자에게 전파를 일으킨 환자를 알아내 다른 사람으로 감염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청이 이달부터 전국 17개 시·도 64개 하수처리장에서 주 1회 이상 감시하는 감염성 병원체 대상에 엠폭스를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수 기반 감염병 감시는 생활하수에 섞인 바이러스의 양을 분석해 지역사회 환자 발생을 추정해 판단하는 분석 기법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하수 기반 감시를 새로운 감염병 감시 기술로 인정해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연구위원회 수석상임연구위원 ‘엠폭스 국내 유행 대비를 위한 제언’에서 “하수 기반 감시 체계는 지역사회 내 코로나19, 폴리오, 장티푸스 등의 감염병 발생을 선제 감시·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엠폭스도 감시 대상에 포함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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