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산불 르포] "몸에 물 뿌리고 직접 진화"…곳곳에 남은 사투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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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라 방화수랑 소화기 등을 진화 장비를 미리 비치해뒀어요. 준비를 안 했으면 우리 펜션도 모두 타버렸을 거예요."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인근 건물과 달리 이씨가 운영하는 펜션은 비교적 무사했다.
이씨는 산불이 잦은 이 지역 특성을 고려해 살수 설비를 갖춰 놓는 등 평소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덕분에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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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라 방화수랑 소화기 등을 진화 장비를 미리 비치해뒀어요. 준비를 안 했으면 우리 펜션도 모두 타버렸을 거예요."
12일 강원 강릉시 안현동에서 만난 펜션 업주 이현선(48)씨가 새까맣게 타버린 주변을 둘러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곳은 전날 발생한 대형 산불로 산림과 주택 등이 잿더미로 변하는 큰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주불이 진화된 지 15시간이 지났지만, 곳곳에선 여전히 검은 연기가 새어 나왔고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불에 그슬려 여기저기 구멍이 난 이씨의 외투는 산불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씨는 "7년 동안 지켜온 삶의 터전인데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이고자 나무 데크에 직접 수돗물을 뿌리며 불길을 차단했다"며 "화상을 입지 않으려고 온몸을 물로 적셨고 언제든지 대피할 수 있도록 차에 시동까지 걸어뒀다"고 말했다.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인근 건물과 달리 이씨가 운영하는 펜션은 비교적 무사했다.
펜션 주변은 화마가 스쳐 간 흔적이 역력했지만, 펜션 건물은 약간의 그을음 등 피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온전한 형태를 유지했다.
이씨는 산불이 잦은 이 지역 특성을 고려해 살수 설비를 갖춰 놓는 등 평소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덕분에 화마를 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화기는 기본적으로 갖춰뒀고 방화수를 담아 놓은 200L(리터)짜리 드럼통 4개를 펜션 곳곳에 비치했다"며 "최근에는 2t 용량의 물탱크와 고압 분사펌프를 구매하는 등 어디서든 물을 빠르게 확보해 분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봄철에는 펜션 수영장에 물을 가득 채워둔다"며 "유사시 불이 옮겨붙을 만한 가구들을 모조리 담그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씨 외 주민 대부분은 손써볼 틈도 없이 화마에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내년 팔순을 앞둔 박현자 씨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불에 타버린 자신의 집을 보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산불이 휩쓸고 간 박씨 집 내부로 들어서자 가구와 벽이 모두 무너져 내려 폐허나 다름없었다.
박씨는 화재 현장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는 잔해물을 호미로 이리저리 들추며 "입고 싶은 옷, 먹고 싶은 음식 아껴가며 모은 현금 300만원이 모두 사라졌다"며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산다고 이런 일이 생기냐"고 망연자실했다.
경포동 주민 정용주(67)씨도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위해 마련한 전시실과 작업실이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모습을 보며 허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전날 오전 8시 22분께 강릉시 난곡동에서 산불이 나 8시간 만에 꺼졌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의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소실됐으며 1명이 숨지고 16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다치는 등 사상자 17명이 발생했다.
또 주택과 펜션 등 시설물 101곳이 전소되거나 일부가 타는 피해가 났다.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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