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오르는 ‘간수치’는 없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로 우리 몸에 들어온 술‧약물‧기타 독성물질을 분해‧대사해 소변이나 담즙을 통해서 배출하는 해독작용을 하며, 영양소를 저장하거나 가공해 온몸의 세포로 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간수치’는 이렇게 중요한 간 기능의 저하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간세포가 파괴되면 손상된 간세포에서 AST(GOT)와 ALT(GPT)라는 효소가 혈액으로 흘러나온다. 이를 의료기관에서는 간수치로 일컫는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에도 소량의 AST와 ALT가 존재하지만 급격히 간수치가 높아졌다면 간세포가 손상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다. ‘이유 없이 오르는 간수치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간수치는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간수치가 높아지는 주된 원인은 ‘간염’이다. 간염은 간질환의 가장 큰 원인으로 간세포가 파괴돼 간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원인과 증상에 따라 급성간염‧만성간염‧바이러스성 간염‧알코올성 간염 등으로 나뉜다. 간염이 무엇인지와 대처법을 살펴본다.
◆급성간염=바이러스성 간염의 원인이 되는 간염 바이러스는 A형‧B형‧C형‧D형‧E형‧G형 등 6종류이다.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급성간염은 대부분 A형 바이러스 때문이다. 다만 B형과 C형으로도 급성간염이 발생할 수 있다.
급성간염에서 간의 기능이 회복되지 않고,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간염으로 진행된다.
급성간염은 문자 그대로 급격하게 발병하며 38~39℃의 고열이 발생하고, 두통‧복통‧설사‧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또 눈의 흰자위와 피부가 노랗게 되는 황달기와 소변색이 진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B형과 C형 바이러스는 이러한 급성간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급성간염이 발생한 후 갈색 소변이 나타나면서부터 약 1주일 만에 황달이 최고조에 달한다. 증상이 절정기를 지나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간조직의 복구를 시작하면서 권태감과 식욕부진이 감소하게 된다.
황달이 사라지는 것은 보통 4~6주인데 이때 간 기능은 완전히 회복한 상태가 아니다. 간 기능의 완전한 회복은 2~3개월, 늦은 경우 4~6개월 정도 걸리며, 만성간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만성간염=만성간염은 간염 발병 후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만성간염은 B형 간염 바이러스와 C형 간염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할 때가 많다. 과도한 음주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알코올성 간염도 대표적이다.
만성간염은 황달 등 뚜렷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심한 운동이나 음주로 간에 부담을 주면 소변이 짙어지고 피부가 희미하게 노란색을 띄게 된다. 또 열과 복통, 배가 불러오는 증상을 보이며 악화되면 피로와 나른함‧식욕부진‧메스꺼움 등을 느끼게 된다.
만성 B형간염에 걸린 환자는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완치가 이뤄지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만성 B형간염의 치료 목적은 단기적으로는 B형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해 간염을 완화하고 섬유화를 방지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만성 B형간염 단계에서 염증을 완화시켜 간경변증‧간기능부전‧간암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다행히 만성 C형간염 환자는 주사제인 페그인터페론(Peginterferon)과 경구약인 리바비린(ribavirin)을 함께 사용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부작용이 자주 발생하지만, 환자의 80%는 C형간염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간경변증과 간암의 발생도 막을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술을 끊는 것이다.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에 모든 치료는 금주를 전제로 한다.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가 술을 끊거나 음주량을 줄이기만 해도 간 기능과 조직소견이 호전되고 장기적으로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가벼운 알코올성 간염의 경우에도 금주를 통해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심한 간기능 저하를 동반한 알코올성 간염의 경우에는 대개 입원 후 지속적으로 간기능이 악화돼 회복되는데 1~6개월이 걸리고 환자의 20~50%의 환자가 입원 중 사망하게 된다.
간염 예방을 위해서는 간 기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과로와 음주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과 신선한 채소‧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지방과 당질은 조직의 재생을 위한 에너지로 쓰이며, 단백질은 간세포를 재생하기 위한 주요 성분이다. 또 비타민은 간의 대사활동을 돕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간의 피로도를 줄여줄 수 있다. 예방백신이 있는 A형과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항체 유무를 확인하고, 예방백신을 맞아 항체를 가지도록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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