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로 떠오른 임찬규 “나는 하얀 도화지”라고 말한 이유
LG 임찬규(31)는 이번 시즌을 맞이하면서 스스로를 ‘하얀 도화지’라고 정했다.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염경엽 LG 감독이다.
지난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임찬규는 “나는 스프링캠프부터 감독님이 색깔을 입히는대로 나갈 것이다. ‘선발로 나가겠다’ 혹은 ‘중간에 나가서 홀드를 기록하겠다’ 는 등의 개념이 없다. 어떤 보직이든 스트라이크를 던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임찬규가 이렇게 마음을 먹은 이유가 있다. 지난해까지 선발진의 한 자리를 맡았던 그는 올해는 선발진에서 제외됐다. 대신 이민호, 김윤식, 강효종 등 젊은 투수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휘문고를 졸업한 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은 임찬규는 올해로 프로 13년차를 맞이한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으로서 젊은 선발 후배들의 뒤를 받치는 역할을 하게 됐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이민호가 부상으로 갑작스레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고 박명근이 선발 투수로 내정됐다. 임찬규는 두번째 투수로 경기를 준비하게 됐다.
임찬규는 현재 자신의 보직에 대해 “재미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신인 때도 중간 계투 많이 했고 선발이야 말할 것도 없고 워낙 많이 해봐서 준비가 잘 되어 있다”며 “트레이닝 파트에서 많은 신경을 써주고 있고, 나도 게을리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항상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체력적인 부분에도 걱정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선발은 박명근이 나섰지만 다가오는 일요일(16일) 잠실 두산전 선발은 임찬규가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임찬규는 “이제는 ‘선발 기회를 잡겠다’라는 느낌이 아니다. 선발이 비게 되면 내 역할을 해주고 중간이 비었을 때에는 중간도 가고 때로는 필승조도 가는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임찬규는 비로소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입은 기분이다. 그는 “감독님의 입장과 우리 팀이 바라는 방향을 내가 확실히 인지해서 준비가 잘 되고 있다”며 “결과가 좋을 수도, 안 좋을 수도 있지만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역할을 충분히 하면 된다고 생각을 해서 내용과 상관 없이 빈자리가 없게끔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찬규로서는 오히려 더 중책을 맡은 셈이다. 어디든 내밀 수 있는 ‘조커’ 같은 역할이다. 그는 “시즌 시작전 감독님이 불러서 말씀을 해주시는데 내가 밀려났다는 느낌보다는 중책을 주셨다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이민호나 김윤식 등 후배들도 내가 있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던질 수 있게 된다. 정말 좋은 상황과 기회를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어찌보면 임찬규의 성적이 LG의 올시즌 위치를 결정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그는 “내 포지션에서 평균자책이 낮고 좋은 수치들이 찍힌다면 우리 팀이 많이 이기고 있다는 증거”라며 “만약 지더라도 끝까지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조직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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