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發 '은행 횡재세' 압박에…은행권 "억울하다"
"잠재부실 관련 리스크 관리 위한 자본 충분히 쌓아야"
"'상생금융' 집중…사회공헌 열심히하고 있어"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야당이 시중은행의 이익을 일부 환수하는 이른바 '횡재세' 도입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주장하는 동시에 사회공헌 사업도 열심히 하고 있어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12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센터는 최근 '대출금리 부담완화 입법 간담회'를 열고 은행법 및 서민금융법 개정안 발의 등을 공식화했다.
은행법 개정안에는 은행이 예금보험료나 지급준비금과 같은 법적 비용을 부당하게 대출이자에 전가하지 못하도록 최근 5년 이내의 부당한 이자를 대출자에게 환급하도록 하는 내용과 대출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안내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을 통해 기준금리가 연 1%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금리 급상승기에 은행 이자순수익이 직전 5년 평균의 120%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금의 10%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도록 했다. 이는 초과 이익분에 세금을 징수하는 취지로 일종의 '횡재세'에 해당한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고금리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가계를 비롯한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반면 은행권의 이자수익이 크게 증가했다"며 "은행이 대출이자에 교육세, 각종 법정 출연금은 물론 예금보험료까지 포함시켜 은행의 비용 부담을 대출차주에 전가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각종 세금·법정출연금 등은 산정 항목에서 제외하도록 하며 가산금리를 세부항목별로 공시하도록 하는 등 은행의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제도화하고 종전에 은행이 대출이자를 포함시켜 받은 돈을 환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치권 주장에 대해 은행권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 성과급 등 돈잔치 비판이 횡재세 논란까지 넘어갔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며 "사회공헌 사업도 열심히 하고 있고, 리스크 대비를 위해 충당금도 쌓아야 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에 따른 만기연장·이자 상환 유예가 종료되면 3년 이상 수면 아래에 있던 잠재 부실 채권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큰 상황"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부분은 무시한 채 법안을 낸 것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2월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9%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0.01% 포인트 오른 수치다. 신규 연체율은 당월 신규연체 발생액을 전월 말 기준 대출 잔액으로 나눠 새로운 부실이 얼마나 생겼는지 보여준다.
지난해 1~7월 사이 신규 연체율 평균은 0.04%로 변동 없이 유지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0.05%로 오른 뒤 같은 해 12월 0.07%까지 상승했다. 상승추세는 2023년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연체율은 가계와 기업 모두 오르고 있다.
앞선 관계자는 "차주들이 금리인상기에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 어려움을 겪는 것에는 공감을 한다"면서도 "다만 은행권도 계속해서 '상생' 금융을 위한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펼치고 있다.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고금리 시기 번 돈으로 돈잔치를 벌인다'라는 여론으로만 몰아가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횡재세'를 걷는 것이 답이 될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의 이자이익 급증이 은행이 노력한 부분보다는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이므로, '횡재세' 도입은 논리상으로는 맞다"면서도 "다만, 결과적으로 얘기하면 횡재세 도입보다는 저신용자 금융지원 활성화 유도 등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횡재세를 도입할 경우 은행들이 이익유연화 등 횡재세를 피하기 위해 전략적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적 판단의 문제이지만, 은행이 이자이익 중심보다는 비이자이익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고, 저신용자 등 금융지원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며 "횡재세는 국가 재원 확충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금융소비자 이자 부담 경감이 세금을 통해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이자를 많이 지급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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