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 '구호천사'의 날개를 폈다…강릉 산불 피해 어루만진 '숨겨진 미담' 화제

최만식 2023. 4. 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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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천사로 날아오른 독수리.'

최용수 강원FC 감독의 '강릉 대형산불' 구호 미담이 잔잔한 화제를 낳고 있다.

산불 피해 복구와 이재민 구호를 위해 각계 온정의 손길이 절실한 가운데 최 감독이 남몰래 '작은 손길'을 내밀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 감독이 강원 지역 산불 복구를 위해 '구호천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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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구호천사로 날아오른 독수리.'

최용수 강원FC 감독의 '강릉 대형산불' 구호 미담이 잔잔한 화제를 낳고 있다.

11일 강원도 강릉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 막대한 산림·재산 피해와 함께 1000여명의 이재민을 낳았다. 정부는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산불 피해 복구와 이재민 구호를 위해 각계 온정의 손길이 절실한 가운데 최 감독이 남몰래 '작은 손길'을 내밀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스포츠조선에 목격담 제보가 접수됐다. '최 감독이 이끄는 강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이재민 대피소에 찾아와 자원봉사를 하며 감동을 줬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확인 차 최 감독과 연락이 닿았다. 최 감독은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소문 낼 일도 더욱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며 알려지는 걸 한사코 사양했다.

(강릉=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11일 오후 강원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위한 대피소가 설치돼 있다. 2023.4.11

끈질긴 설득 끝에 어렵게 말문을 연 최 감독은 "경기도 중요했지만 사람(이웃)이 먼저였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11일 오전 강릉 클럽하우스 숙소에서 뉴스를 통해 산불 소식을 접했다. 이웃동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사에 깜짝 놀란 최 감독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그러면서 코치진과 지원스태프에 '소집령'을 내렸다. 2군 선수들도 합세했다.

강원은 12일 예정된 충북청주와의 FA컵 3라운드를 앞두고 오후 팀훈련을 할 계획이었다. 최 감독이 '소집령'을 내린 시간은 대한축구협회가 강릉 산불로 인해 FA컵 강릉 경기를 연기한다는 발표를 하기 전이었다. 최 감독은 "당장 FA컵 준비가 중요하다는 걸 잘 안다. 그렇다고 사람보다 먼저일 수는 없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최 감독이 이끄는 강원 구단의 30여명 '전사'들은 이재민 임시 대피소가 마련된 아이스아레나(빙상장)로 달려갔다. 때마침 아이스아레나 현장은 긴급하게 대피소가 꾸려지는 가운데 이재민들이 몰려드는 중이라 북새통이었다.

(강릉=연합뉴스) 11일 오전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난 불이 확산돼 많은 피해를 입히고 8시간여만에 진화됐다. 사진은 산불 발생 당시 모습. 2023.4.11

최 감독은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무거운 구호 물품 상자 등을 옮기는 장면을 목격하고, "저희들이 할테니 쉬고 계세요"라고 한 뒤 스태프·선수들과 함께 물품 보급 봉사에 나섰다. 각종 '궂은일'을 장정 30여명이 나서 척척 해결해주니 대피소를 준비하던 지방자치단체 당국과 자원봉사기관에게는 '천군만마'였다는 게 목격자들의 전언이다. 관계기관으로서는 전혀 예상 못했던 '막강한' 자원봉사 인력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대피소 봉사활동을 하다가 화재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는 최 감독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현장에 더욱 마음 아팠다. 선수들과 함께 잠깐 힘들어도 더 열심히 (봉사)하자고 힘을 짜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되레 안타까워했다.

최 감독은 봉사활동을 하던 중 피해 복구 대책 마련을 위해 달려 온 김홍규 강릉시장과 권성동 국회의원을 우연히 만나기도 했다. 최 감독은 "김 시장과 권 의원으로부터 고맙다는 격려를 받았지만 그런 분들이 현장을 빨리 챙겨주는 걸 보니 오히려 내가 고마웠다"고 전했다.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11일 오전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난 불이 8시간여만에 주불 진화를 한 가운데 경포동 일대 주택가가 화재로 폐허로 변해 있다.

최 감독이 강원 지역 산불 복구를 위해 '구호천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3월 동해안 지역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강원 구단이 성금 3000만원을 전달할 때 최 감독은 사비 1000만원을 보태기도 했다.

최 감독은 용기를 드리려고 갔다가 오히려 용기를 얻고 왔다고 한다. 한 할아버지가 일하고 있던 최 감독의 손을 잡고 감사하며 전한 말 때문이다. "아이고, 최 감독. 고맙소. 올해 초반에 성적이 힘들다고 하던데, 이래 좋은 일을 했으니 복 받을거요. 힘내요."

12일 오전 훈련을 마친 최 감독은 "오후에도 피해 복구 지원 활동에 가기로 했다"며 총총 발걸음을 옮겼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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